경계현(가운데)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사장)이 올해 CES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경계현 사장 인스타그램] |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지난해 약 14조원 가량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DS(디바이스솔루션, 반도체)부문 임원들이 올해 연봉을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강력한 위기의식을 통해 성장을 추구하는 삼성 특유의 대응 전략이 발동했다는 분석이다.
17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및 사업부장들은 이날 긴급임원회의를 열고 올해 임원연봉을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역대 최악의 반도체 업계 한파로 지난해 3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만큼, 경영진과 임원들은 경영 실적 악화에 대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삼성전자 DS부문은 창사 이래 최대 적자라는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연간 약 14조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적 효자 역할을 하던 반도체 부문이 큰 타격을 입으면서 전체 연간 영업이익도 6조5400억원(잠정)으로 떨어졌다.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10조원 밑으로 떨어진 건 2008년 이후 15년 만이다.
이에 임원들이 먼저 솔선수범해 위기 상황을 타개해 나가겠다는 특단의 조치를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일종의 정신 재무장으로 올해는 반드시 위기극복을 해내자는 결의의 표현으로도 보인다.
삼성전자 DS부문 한 임원은 “연봉 동결은 현재의 위기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메시지이며 위기극복을 위한 긴장감 유지에 필요한 조치라고 생각한다”며 “십시일반으로 고통을 분담해 올 한해 반드시 흑자전환과 장기성장의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긴급임원회의에 참석한 임원들은 AI혁명 시대의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보다 철저하고 과감한 내부 혁신과 함께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연봉 동결에 대해 일각에서는 삼성만의 미래 생존에 대한 ‘위기 의식’이 발동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위기의식을 통해 새로운 혁신을 추구하는 특유의 성장방식이라는 것이다. 삼성은 앞서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이듬해인 2009년과 실적 악화를 겪었던 2015년에는 임원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임금도 동결하는 비상경영을 실시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오는 31일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를 앞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DS 부문이 확실히 적자 폭을 줄였다고 보고 있다. 4분기 예상 적자 규모는 약 1조원 안팎이다. 앞서 ▷1분기 4조 5800억원 적자 ▷2분기 4조 3600억원 적자 ▷3분기 3조 7500억원 적자 등과 비교하면 상당히 개선된 수치다.
올해 반도체 시장은 확실한 반등이 예상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올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약 13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생성형 AI, 온디바이스 AI 등을 포함한 인공지능 시장이 본격 확장하면서 HBM(고대역폭메모리), DDR5 등 고부가가치 D램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