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네바다주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CES2024에서 독일 자동차 부품업체 보쉬가 전시되고 있다. [AFP]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독일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전기차 전환으로 애를 먹고 있다.
이들 업체는 전기차 및 내연기관차 양쪽 모두에 대한 투자로 수익이 악화하면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독일의 자동차 산업은 약 80만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유럽 최대 규모로, 최근 수년간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점점 더 많은 중국 스타트업이 유럽에서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며 사업 확장에 나서면서,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과 같은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전기차 판매 확대를 통한 수성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덩달아 독일 자동차 부품업체들도 경기 침체, 인플레이션, 금리 상승으로 압박받는 상황에서 전기차 전환으로 큰 부담을 안고 있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3년 동안 직원 수가 20명 이상인 독일 1차 공급업체 수는 700개에 조금 못 미치다가 대략 615개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일자리도 3만개 이상 사라졌다. 콘티넨털이나 셰플러 같은 독일 주요 자동차부품 전문 생산업체들은 미래 기술 투자를 늘리기 위해 최근 수년간 일자리 수만 개를 축소할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부품업체 보쉬는 지난주 향후 3년간 1200명의 일자리 감축을 발표했고, ZF 프리드리히스하펜은 최악의 경우 향후 6년간 최대 1만2000명을 감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들 업체가 직면하는 비용 압박의 대부분은 기존 차 시장에서 점유율을 유지하는 동시에 전기차에 투자해야 한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이들 업체는 이중 플랫폼에 이중 지출을 하면서, 성장이나 이익을 제외한 모든 것이 두 배라는 주장도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산하 ‘스트래티지&(Strategy&)’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 공급업체는 2022년 연구 개발에 기록적인 규모인 160억유로(약 23조원)를 지출했다.
독일 공급업체들은 여전히 세계 시장 점유율 25%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 수치는 2019년 이후 3%p 감소했으며 대부분이 아시아 경쟁업체에 빼앗겼다고 이 보고서는 전했다.
새 자동차 모델은 더는 엔진 용량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기능에 따라 판매될 가능성이 큰 것도, 독일 자동차 산업으로서는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기술로의 전환이라는 점에서 부담이다.
중국과 미국의 성장 덕분에 전 세계적으로 부품업체 수가 증가하고 있지만, 독일은 중국 경쟁업체에 시장 점유율을 계속 잃고 있다.
대부분의 독일 부품업체는 중국에서 중요한 사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주로 독일 주요 제조업체들에 공급하면서, BYD와 같은 중국 제조업체들과 달리 고객 기반을 넓히지 못하는 것도 어려움을 겪는 요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