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샤인머스켓, 이제 ‘수출 효자’…종주국 日 넘어설까 [푸드360]

경북 경산 샤인머스캣 농가 [경산시 제공]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국산 샤인머스캣의 경쟁력은 가격 경쟁력입니다. 대만에서는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고 있습니다.”

청과 수출업을 하는 이일봉(62) 씨는 지난해 샤인머스캣 매출이 전년보다 7~8배가 늘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씨는 “수출하는 품목 가운데 샤인머스캣 비중은 30~40%”라며 “전년보다 10% 늘어난 규모”라고 설명했다. 그가 수출하는 샤인머스캣은 ‘한국산’ 표시를 달고, 대만의 대형마트에 공급된다. 현재 대만을 비롯해 홍콩, 베트남에 수출하고 있으며 다른 국가 수출도 검토 중이다.

한국산 샤인머스캣이 종주국인 일본을 위협하면서 ‘수출 효자’로 떠올랐다. 23일 농림수산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포도 수출액은 전년보다보다 34.6% 증가한 4610만달러였다. 수출 포도 가운데 90%가 샤인머스캣 품종이다. 지난해 샤인머스캣 수출액은 전년(2730만달러)보다 51.9%가 증가했다.

특히 대만 수출이 많이 증가했다. 지난해 수출 물량 절반에 해당하는 1120만달러의 국산 샤인머스캣이 대만에서 팔렸다. 지난 2022년(220만 달러)보다 409.7% 늘었다. 대만 샤인머스캣 시장은 일본산이 70~80%를 점유하고 있지만, 일본산의 70% 수준인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국산 점유율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농림부의 설명이다.

농림부 관계자는 “대만 수출을 시작한 2022년 말부터 일본산 포도를 대체하며 물량이 급증하기 시작했다”며 “일본산보다 가격과 품질 경쟁력에서 강점이 있으며, 중국산을 대체하는 마케팅 노력이 빛을 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수출 규모는 880만달러로 전년보다 14.5%가 증가했다.

샤인머스캣. [게티이미지뱅크 뱅크]

샤인머스캣은 일본이 처음 개발했다. 1998년 일본에서 인공교배로 만든 청포도의 일종이다. 한국에선 2006년 재배하기 시작했다.

국산 샤인머스캣의 성공에는 재산권 등록을 하지 않은 일본의 ‘실수’가 있었다. 일본에선 품종 등록 후 6년이 지날 때까지 지적재산권 등록을 하지 않으면 로열티를 받을 수 없다. 일본은 2006년 샤인머스캣 품종을 등록했지만, 6년 동안 지적재산권을 등록하지 않았다. 한국은 2012년부터 로얄티 없이 재배와 수출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이후 한국 각지에서 2016년부터 본격적인 재배를 시작했고, 수확 물량이 늘면서 수출길을 넓혔다.

현재 샤인머스캣 시장에선 한·중·일 3개국이 경쟁 중이다. 농림부 관계자는 “ 일본산은 일부 고급 판매점에서만 판매되지만, 한국산은 가격 우위로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면서 “한국산이 일본산보다 송이가 크고 광택이 있어 긍정적인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국내산 개량종도 수출길을 두드리고 있다. 경북농업기술연구원이 2021년 개발한 레드클라렛(베니바라드와 샤인머스캣 교배종)이 대표적이다. 베트남과 홍콩에 2만2000달러를 시범 수출했다. 레드클라렛은 당도가 20.5brix(브릭스)로 샤인머스캣(14~16brix)보다 높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이 개발한 홍주씨들리스(당도 18.4brix)도 베트남 등에 시범 수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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