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X KOREA 2022’에서 공개된 KF-21(오른쪽)과 함재기 버전인 ‘KF-21N’ 모형. [헤럴드DB] |
[헤럴드경제=오상현 기자] “항공모함을 국산 플랫폼으로 만들려면 함재기는 반드시 국산 함재기로 가야한다”
조종래 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상무는 지난해 3월 헤럴드경제 국방전문채널 프로파일럿에 출연해 KF-21을 기반으로 한 KAI의 함재기 제작 당위성에 대해 이렇게 밝혔습니다.
지금은 경항공모함을 둘러싼 논의 자체가 지지부진한 상황이지만 조 전 상무의 견해는 여전히 귀담아 들을만합니다.
그는 1980년대 후반 조선업계에서 함정용 레이더와 사격통제 등 시스템 설계를 하다가 1990년대 초 항공업계로 이직하며 함정과 항공기의 설계와 사업을 두루 경험했습니다.
KAI에서 T-50과 FA-50 항공전자장비를 개발하고 T-50 수출에 기여했을 뿐 아니라 사업협력실장과 항전체계팀장을 거쳐 고정익사업그룹장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그의 경험과 사업적 분석으로 봤을 때 국산 함재기 제작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다만 항공모함 3대를 운용한다고 해도 결국 80대 정도의 함재기를 운용하게 될텐데 과연 경제성이 있느냐 의문이 뒤따르는 것도 현실입니다.
군사적 필요에 따라 만들어야 하는 방위산업도 결국은 산업이기 때문에 수지타산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는 지적입니다.
지난해 6월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2023)에서 HD현대중공업이 전시한 한국형 항공모함 모형. 한영대 기자 |
KF-21N, F-35B 도입에 비해 수 조원 절약
조 전 상무는 이런 지적과 의문에 대해 “그 경제성도 4년간 분석했다”며 기다렸다는 듯 답변했습니다.
그는 “F-35B를 한국형 항모 1번함에 운용했을 때 도입비용과 30년의 운용유지비용을 기준으로 분석했다”며 “항공모함을 1대만 운용하고 함재기 20대를 가정했을 때 KF-21N의 개발비와 양산비용을 합쳐도 F-35B를 도입해서 운용할 때에 비해 수 조원을 절약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F-35B는 해병대용이고 미 해군용은 F-35C인데 F-35B는 날개를 접을 수 없기 때문에 날개가 접히는 KF-21N을 더 많이 탑재할 수 있다”며 “이 같은 분석결과를 방위사업청에 제출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한국이 항공모함 사업을 한다고 했을 때를 가정한 것”이라며 “어디에 어떤 전략을 투사할 것인가하는 항공모함의 운용개념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우리나라가 함재기를 운용한다고 가정했을 때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조종사 양성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조 전 상무는 “우리 공군이 한 번도 해보지 않은 훈련이 전투기 이착함훈련”이라며 “항공모함을 건조하고 해군에 인도된 후에도 전력화되기까지 항모에 완전하게 이착함 할 수 있는 조종사의 양성기간이 공군 조종사 양성기간에 비해 2~3년 더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다목적수송기 MC-X[헤럴드DB] |
다목적수송기 MC-X, 국내 수요 100대 될 것
이와 함께 조종래 전 상무는 KAI에서 개발계획을 밝힌 국산 다목적 수송기 MC-X에 대한 비전도 제시했습니다.
KAI의 수송기 사업에 대한 고민은 사실 T-50과 KF-21을 개발했던 항공기 설계와 제작의 전문인력 유출에 대한 우려에서 시작했습니다.
조 전 상무는 “KF-21 설계가 중반을 넘은 상황에서 1700명이나 되는 엔지니어들을 다 집에 보낼 수 없다는 생각으로 다음 일거리를 찾았다”며 “육·해·공군을 다 돌아다니면서 연구하고 고민했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는 “C-130 수송기나 CN-235, E-737 조기경보기 등 수송기를 기반으로 할 수 있는 소요가 제법 많았다”며 “대략적으로 소요를 파악해보니 100대 정도 될 것”이라고 추산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본의 가와사키 중공업 같은 경우 공군형 C-2 수송기와 해군의 P-1 대잠초계기 등 하나의 플랫폼으로 공군형과 해군형 등으로 확장한 경우가 있다”며 “시작은 같지만 상세설계 단계에서 각자의 목적에 맞게 변형된 기체를 만들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우리도 다목적으로 개발해 공군기도 쓰면서 지금까지 직도입만 해왔던 국산 해상초계기, 또 육군의 공수여단과 특작부대에도 활용할 수 있게 조금씩 변형해서 쓸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사이즈의 플랫폼을 만들면 3군이 다 쓸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며 “개발비도 상당히 절감할 수 있고 각 군의 특색에 맞출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조 전 상무는 국산 플랫폼 개발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말할 때 눈빛을 번뜩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지금 우리가 플랫폼을 직도입하면서 가장 손해를 보는 것이 LIG넥스원이나 한화시스템, 풍산 등 국내 수많은 좋은 방산업체에서 세계 최고의 무기를 만드는 데 국산 무기를 장착할 플랫폼이 없다”며 “KF-21과 소형무장헬기(LAH)가 그 첫 사례가 될 것이고 더 확대해서 우리 국산 콘텐츠를 채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는 게 바로 함재기고 MC-X 수송기”라며 개발 필요성과 당위성을 힘주어 말했습니다.
MC-X, UAE와 업무협약…공동개발 첫 단추
조 전 상무는 지난 2021년 10월과 2022년 2월 아랍에미리트(UAE) 방문 당시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대통령에게 한 시간 동안 ‘다목적 수송기 공동개발 제안’ 브리핑을 했던 얘기도 꺼냈습니다.
그는 “UAE 국왕에게 얼마나 많은 전 세계의 비즈니스맨들이 설명의 기회를 마련하려고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겠냐”면서 “30분 이상 브리핑을 받은 적이 없다던데, 10분 계획하고 들어갔는데 1시간 동안 가만히 듣고 계시더라”고 회상했습니다.
이어 “단순히 항공기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고 ‘항공기 개발 능력을 같이 갖춰가자’, ‘소요도 같이 태우자’ 등 국제 공동개발을 제안했다”며 “UAE도 수송기 자체 개발 능력은 없는 상황에서 마침 우리가 이런 걸 제안하니 받아들여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UAE와의 다목적 수송기 국제 공동개발은 지난해 2월 윤석열 대통령과 나하얀 UAE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강구영 KAI 사장과 UAE 경제위원회 대표 사이에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첫 단추를 끼웠습니다.
업무협약에는 다목적 수송기의 국제 공동개발을 위한 개발센터 운용에 관한 협력 범위와 방법 등의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다목적수송기 MC-X[헤럴드DB] |
화물칸 설계 관건…중형 민항기 영역 노린다
조 전 상무는 “최대적재량 30t급 수송기가 최소 20t의 화물을 싣고 알래스카 앵커리지까지 6000㎞를 비행할 수 있는 능력은 갖춰야 된다는 게 많은 분들의 목소리였다”며 “우리 돈 주고 산 탄약과 물자를 우리 수송기로 싣고 올 수 있고, 전 세계에 재해재난이 발생했을 때 재외동포를 피난시킬 수 있도록 전략적 차원에서 수송기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이어 “우리가 전투기까지 개발한 마당에 항공 조종실(Cockpit)이나 전자장비나 모든 것은 자체적으로 개발이 가능하다”며 “단지 우리가 부족한 부분이 화물칸인데, 화물칸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무슨 장비를 어떻게 넣을 것인가가 문제인데 필요하면 선진 업체와 기술협력을 하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상용화도 가능할 것으로 보는데 민간항공기는 군용기보다 미 연방항공국(FAA) 승인을 받기가 어렵다”며 “군용기 기술과 수송기 기술을 확보한 다음 단계로 중형급 민간 항공기 영역을 노려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조 전 상무는 끝으로 “엔지니어들이 정말 많은 희생과 노력, 눈물과 땀으로 지금의 방산을 일궜다”며 “공헌한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국가적인 지지가 더 필요하다”며 앞으로 후배들을 양성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