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 공포 끝났나? 빈티지숍·동묘에 쇼핑객 돌아왔다

“빈대요? 원래 빈티지 옷 사면서 옷 상태는 어느 정도 감수하는 거죠. 빨래방 가서 세탁하고 건조기 고온으로 돌리면 다 죽는다면서요.”(22세 대학생 임모 씨)

2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22~28일 전국에서 신규 빈대 신고(실제 발생) 건수는 21건(15건)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13~19일 189건(68건)의 빈대 신고가 잇따랐던 것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셈이다.

빈대 공포증이 사그라들면서 구제 의류 쇼핑도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다. 1일 찾은 서울 시내 빈티지샵들과 동묘 구제시장에는 평일 오후임에도 방학 중인 고등학생과 대학생 등 젊은이들이 쇼핑 중이었다.

서울 강서구의 한 여성의류 빈티지 샵에서 만난 대학생 임모 씨는 쇼핑 카트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가디건, 블레이저, 코트 등 부피가 많이 나가는 옷을 주로 골라 금방 카트가 채워졌다.

임씨는 “1㎏에 2만5000원이라 지금 한 4~5㎏ 나갈 것 같은데 그래도 10만원 정도에 이렇게 옷을 여러개 살 수 있는 데가 없지 않느냐”며 “인터넷 쇼핑몰에서 파는 얇은 코트 한 벌이 10만원 한다”고 말했다.

임씨와 함께 온 친구도 “안 그래도 인스타그램 등 온라인에서 파는 빈티지 옷들에서 빈대가 나왔다거나, 오염물이 묻어있다거나 하는 안 좋은 후기들이 많아서 직접 눈으로 보고 고르려고 왔다”며 “여기 사장님도 스타일러(의류관리기기)로 다 돌렸다고 하고, 그냥 보기에도 별 문제 없어 보인다”고 했다.

구제의류의 성지로 불리는 동대문 동묘 구제시장에서도 이날 고등학생, 대학생 무리와 중장년·노년층이 구매한 옷을 검은색 비닐봉지 또는 타포린백 등에 담아 들고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세대별로 쇼핑하는 샵이 달랐다. 중장년층 이상은 길가에 돗자리를 펴놓고 쏟아부어 놓은 옷들에 관심이 많았다. 주로 등산복 계열의 옷이 쌓였다. 하나에 2000원 균일가로 파는 옷 무더기를 여러명이 둘러싸고 헤집고 있었다.

일부 빈티지샵에는 버버리 트렌치코트, 크리스챤디올 블레이저 등 명품도 진열돼 있었다. 이런 옷들은 점원이 내려줘야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옷 안감을 살펴보니 누군가 옷을 입었던 흔적이 적나라했다. 생활 오염이 전혀 제거가 안 되어 있었다. 점원은 “정말 냄새가 심하거나 눈에 띄는 오염이 아니면 구제의류에 드라이클리닝은 사치”라며 “99%는 그냥 스팀기로 다려서 진열해두고 있다”고 귀띔했다.

구제의류 소비심리가 빈대 이슈를 극복하고 빠르게 회복된 데에는 최근 물가상승으로 가계 가처분소득이 감소하면서 부모에게서 용돈을 받는 청소년이 새 옷 사기가 더욱 어렵게 됐다는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동묘의 또다른 빈티지샵 사장은 “동묘에서 빈대 이슈는 얼마 가지 못했다”며 “돈 없는 학생들은 질 좋은 옷 한 벌 사는 것보다 옷이 여러 개인 게 더 중요하다. 안 그럼 또래들한테서 옷 없는 애 취급 당하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누가 입었던 건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세탁해서 입으면 그 브랜드를 입는 거지, 중고를 입었다는 건 아무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이민경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