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진료’ 사라진다…“의료 행위 양보다 질” 건강보험 수가 대수술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정부가 필수의료 분야에 정당하고 적정한 수준의 보상이 돌아가도록 건강보험의 수가(의료행위 대가) 결정 방식을 바꾼다.

의료행위의 난이도와 시급성, 의료진의 숙련도 등에 대해서도 충분히 보상할 수 있도록 공공정책수가를 도입하고, 진료량보다는 의료의 질과 성과에 따라 달리 보상하는 대안적 지불제도도 추진한다.

보건복지부는 4일 이런 내용이 담긴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국내 건보 지불제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행위별 수가제를 보완해 필수의료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행위별 수가제는 말 그대로 진찰, 검사, 처치 등 개별 의료 행위별로 수가를 매겨 지급하는 방식이다.

행위별 수가는 건보가 매년 병의원, 약국 등 유형별로 협상해 결정하는 ‘환산지수’에 의료행위 가치를 업무량과 인력, 위험도 등을 고려해 매기는 ‘상대가치점수’를 곱하고 여기에 각종 가산율을 반영해 책정된다.

복지부는 불합리하고 불균형한 보상 체계로 인해 의사들이 필수의료 과목을 기피하는 현상이 심해진다고 보고, 수가 결정 시 필수의료에 더 큰 보상을 할 수 있도록 개편했다.

업무 강도가 높은데도 저평가됐던 의료행위에 대한 상대가치점수를 집중적으로 높여 수가를 올리는 방식이다.

또 1년 단위로 의료비용이 적절한지 분석해 저평가된 항목을 위주로 신속하게 수가를 조정할 방침이다. 이때 고평가된 항목은 수가를 동결하기로 했다.

의료행위의 난이도와 위험도, 시급성, 의료진의 숙련도와 당직·대기 시간, 지역 격차 등도 보상될 수 있도록 공공정책수가도 도입한다.

행위별 수가만으로는 보상이 불충분한 의료 행위에 대해 공공정책수가를 더해 추가적인 보상을 하는 방식이다.

공공정책수가는 분만 인프라 강화를 위한 지역안전수가, 안전한 분만 환경 조성을 위한 안전정책수가, 고위험 분만에 대한 정책 등에 적용된다.

기존 수가로는 보상할 수 없거나 정책적 수요로 인해 발생하는 항목 등에 수가를 더 준 뒤, 주기적으로 필요성을 따져 지속 여부를 결정한다.

얼마나 진료했냐가 아닌 의료의 질, 성과 달성에 따라 보상을 달리 제공하는 대안적 지불제도 도입도 추진한다.

개별 의료행위에 대해 수가를 매기는 행위별 수가제는 의료기관이 더 많은 의료행위를 제공할수록 수익이 커지는 구조여서 과잉진료를 유발하는 원인으로 지적돼 왔다.

의료의 질적 서비스보다 양적 서비스에 매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는데, 성과를 중심으로 평가하고 보상하겠다는 의미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금은 의료 행위의 양(量)에 따라 보상하기 때문에 진료 건수는 많아지고 그만큼 환자당 진료 시간은 짧다”며 “중요한 것은 (의료행위는) 질인 만큼 결과에 따라 차등 보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안적 지불제도가 안착하면 ‘3분 진료’처럼 양(진료 건수)만 보는 틀에서 벗어나 실질적 의료 질이 보장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의료기관 97곳에만 시범 적용했던 신포괄수가제의 확대도 추진한다.

대안적 지불제도의 하나인 신포괄수가제는 환자의 입원 기간에 발생한 입원료·처치료·검사료·약제비 등을 미리 정해진 대로 지불하고, 의사의 수술·시술 등은 행위별 수가로 별도 보상하는 제도다.

행위별 수가제의 과잉진료 문제와 기존 포괄수가제의 과소진료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방안으로 여겨진다.

복지부는 전반적인 건보 지불제도를 개편하기 위한 별도의 재정 틀을 만들고 전담 조직도 신설한다.

지불제도 개혁을 위한 모형 개발, 시범사업 관리 등을 위해 건보 재정 내 별도의 ‘혁신 계정’을 두고 총요양급여비용의 2% 상당인 2조원을 투입한다.

의료기관의 질을 성과 중심으로 평가하도록 지표를 재정비하고, 의료질 평가지원금 역시 진료량이 아니라 성과에 따라 줄 계획이다. 보상 규모는 1조5000억원으로 확대해 성과 지표를 달성하도록 적극적으로 유인한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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