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의 퇴근 후 전화? “안 받아요” 호주, ‘끊을 권리’ 추진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퇴근 후 시간은 당신의 것이지, 당신 상사의 것이 아닙니다.”

호주 녹색당 대표 아담 벤트는 최근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이런 말을 남겼다. 벤트는 근무 시간 외 상사의 부당한 전화로 “호주인들은 매년 평균 6주의 무급 초과 근무를 한다”며 “(근로자들은) 매년 920억 호주 달러 이상을 못 받는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지적에 따라 호주는 상사의 연락을 ‘단절할 수 있는 권리’를 법으로 제정하기로 했다.

12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호주 고용부는 업무시간 외 상사의 부당한 전화와 메시지를 처벌 없이 무시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법안을 추진한다. 이를 위반한 고용주에게는 벌금을 부과한다. 해당 법안은 이번주 의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앤서니 알바니즈 총리는 전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24시간 내내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24시간 온라인에서 연락이 안 된다고 불이익을 받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호주 정부는 근무시간이 명확하지 않는 임시 근로자들에게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법안에는 비정규직이나 트럭운전수와 같은 근로시간이 모호한 대상을 위한 최소한의 기준을 정하는 내용도 담겼다.

프랑스 등 유럽 국가에서는 이미 관련 법안이 마련돼 있다. 프랑스에서는 2017년부터 근로자 50명 이상 규모인 기업이 퇴근한 직원에게 업무와 관련해서 연락하는 것을 막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법으로 규정했다. 이탈리아, 슬로바키아, 필리핀, 포르투갈에서도 노동법에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명시하는 등 법제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반면 국내는 아직 관련 법률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지난해 정부는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제도 연구에 착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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