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지난해 6월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은희·한영대 기자] ‘한국판 스페이스X’로 불리는 차세대 발사체 개발사업 체계종합기업 입찰에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단독 입찰 의사를 밝힌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수주가 확실시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그간 누리호 체계종합기업으로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차세대 발사체 개발에 적극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21일 차세대발사체 개발사업 주관기업 선정 입찰에 불참한다고 밝혔다.
차세대 발사체 사업은 대형 위성 발사, 달 착륙선 발사 등 우주탐사를 위해 누리호 대비 3배 이상의 성능을 내는 2단형 발사체를 개발하는 것으로 2030년과 2031년, 2032년 세 차례 발사를 목표로 한다. 체계종합기업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함께 2032년까지 차세대 발사체 공동 설계와 발사체 총괄 주관 제작, 발사 운용을 맡게 된다.
KAI 측은 이번 입찰 불참에 대해 “‘글로벌 2050 비전’을 기반으로 독자적 우주 모빌리티사업 계획을 수립하고 글로벌 우주시장 진출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KAI는 민간 주도의 뉴스페이스 시대를 맞아 시장이 요구하는 상업성 높은 재사용발사체, 다목적수송기 기반 공중발사체, 우주비행체 등 우주 모빌리티 개발에 힘을 싣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기반으로 우주공간 사용의 대중화·상업화를 통해 우주경제 실현을 앞당기겠다는 것이다.
KAI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주관사로서 참여하지는 않지만 차세대 발사체 사업에는 어떤 식으로든 협력하고 기여할 것”이라며 “지난해 6대 미래사업 선정 때부터 입찰 여부를 오래 검토해 왔는데 사업에 참여하되 우주모빌리티 분야로 방향성을 강화하자는 전략을 세운 것”이라고 전했다.
차세대 발사체가 기술 축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기술과 함께 상업성을 갖춘 재사용발사체, 우주비행체 분야에 더욱 집중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KAI는 지난해 우주모빌리티사업을 미래 6대 사업으로 선정하고 올해 우주 모빌리티 전담조직을 신설하며 본격적인 사업 추진을 선언한 바 있다. 현재 국내외 전문기업, 기관과 협력체계를 구축 중이고 해외 선진 우주기업과의 공동 개발, SCM(공급망 관리) 참여 등 글로벌 우주 모빌리티 시장 진출을 적극 검토 중이다.
KAI의 입찰 포기로 당초 KAI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2파전으로 예상됐던 이번 수주전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만 단독으로 참가했다. 기획재정부의 계약예규에 따라 이번 입찰은 유찰되지만 재공고를 거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최종 수주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KAI가 불참한다고 해서 한화의 유불리를 섣불리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최대 경쟁자인 KAI는 물론 대한항공도 일찌감치 불참 의사를 밝힌 만큼 차세대 발사체 체계종합사업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몫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업계 한 관계자는 “한화의 강력한 경쟁자로 여겨졌던 KAI, 대한항공이 모두 불참을 선언한 만큼 우주 사업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한화가 입찰에서 유리한 고지를 이미 점했다”고 귀띔했다.
이준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우주사업부 상무는 이달 초 헤럴드경제와 만나 “지금 우리가 누리호 체계종합을 하고 있는데 차세대 발사체 사업은 이와 떨어질 수 없다”면서 차세대 발사체 체계종합기업 입찰과 성공적인 추진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