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보조금 쪼개기 나서나…“절반만 받아도 운 좋을 것”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AFP]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삼성전자와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반도체 지원법(칩스법)에 따른 ‘통큰’ 보조금을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미 정부의 가용 규모 2배가 넘는 투자의향서가 몰리면서 주요 반도체 기업들도 신청한 금액 절반 이하 수준의 보조금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대담에서 반도체지원법 보조금 현황과 관련해 “미국 안팎에서 가장 큰 기업부터 가장 작은 기업까지 600개 이상의 투자의향서를 받았다”면서 “이들 기업이 신청한 보조금 희망 금액 총액이 700억달러(93조2400억원)이 넘는다”고 밝혔다.

상무부가 반도체지원법에 따라 책정한 보조금 총액은 390억달러다 이준 첨단 반도체 제조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로 배정된 금액은 280억달러다. 보조금 총액의 2배가 넘는 액수가 신청된 셈이다.

상무부는 지금까지 영국 방산업체 BAE시스템스, 미국 반도체업체인 마이크로칩 테크놀로지와 글로벌파운드리스 등 3곳에 대한 보조금 지급 계획을 발표했다.

러몬도 장관은 “관심을 표명한 기업 중 상당수는 자금을 지원받지 못할 것이라는 게 냉혹한 현실”이라며 “우리는 납세자의 돈을 아끼는 것에 주력하고 있고 힘든 협상을 통해 더 적은 비용으로 각 기업이 경제 및 국가 안보를 위해 더 많은 일을 하도록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러몬도 장관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미국 안팎의 기업들이 반도체법에 따른 보조금 타내기 경쟁에 나서면서 미 상무부의 협상력에 무게가 실렸고 미국에 반도체 제조 설비를 투자하는 기업들은 기대보다 적은 액수의 보조금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처럼 치열한 보조금 경쟁을 두고 러몬도 장관은 “향후 ‘제2의 반도체 지원법’이 필요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러몬도 장관은 개별 기업의 보조금 신청 여부나 지원 금액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애리조나주에 400억달러를 투자해 신공장을 짓고 있는 대만 TSMC에 대해서는 “획기적인 일이며 우리는 그것이 성공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며 보조금 지원 가능성을 내비쳤다.

또한 러몬도 장관은 “대규모 최첨단 로직 반도체 생산 클러스터 2곳을 조성하는 게 원래 목표였는데 이를 초과 달성할 것 같다”고 평가했다. 2030년까지 세계 최첨단 로직 반도체 생산량의 약 20%를 미국에서 생산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최첨단 로직 반도체를 전혀 생산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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