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주 신세계백화점 식품 담당 F&B 바이어가 지난 27일 서울 서초구의 한 사무실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제공] |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피에르 마르콜리니 기본 초콜릿 상품은 3만원부터 시작합니다. 밀레앙의 플랑도 하나 1만3000원으로 저렴하진 않죠. 모두 그 분야에선 최고입니다. 그만한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자리에 모인 브랜드입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디저트전문관’ 스위트파크의 주역 중 한 명인 이한주 바이어(부장)는 불어부터 일어까지 다양한 언어가 섞인 43개 디저트 브랜드명을 언급하면서 한 글자도 틀리지 않았다.
시작부터 편견이 깨졌다. ‘여심 저격소’라는 디저트천국을 만든 3명의 바이어 모두 운동을 좋아하는 ‘근육맨’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14년 차 식품 MD인 이 바이어 또한 매일 50㎞에 달하는 거리를 자전거로 출퇴근한다고 했다. 그는 “음식을 먹고 협력사와 미팅을 계속해서 초기에는 20㎏까지 살이 쪘다”면서 “먹는 일이 주업무인 만큼 MD는 건강을 위해 누구보다 노력하는 사람들”이라고 소개했다.
27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스위트파크에 개장 직후인 오전 10시30분. 케이크 대기줄이 길다. 김희량 기자 |
지난 15일 개장한 스위트파크는 개장 이후 10일간 50만명, 하루 평균 5만명이 찾아오는 디저트 성지로 떠올랐다. 이날에도 새벽 6시부터 나와 ‘오픈런’에 동참하는 60대 여성을 만날 수 있었다. 케이크가 나오는 시간에 100m가 넘는 줄이 생기는 등 주말·평일 무관하게 객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디저트는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일반 상품 대비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다. 그래서 소비력이 작은 20·30대도 비교적 쉽게 진입이 가능하다. 신세계백화점은 디저트 전문관을 통해 MZ고객의 발길을 잡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유니클로 등 패션업체가 있던 5289㎡(1600평) 공간을 스위트파크로 채운 배경이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개장 이후 열흘 동안 8층 패션이 모인 뉴스트리트 구역과 스포츠·아웃도어 카테고리관 매출은 각각 75.1%, 65.4% 늘었다. 해외 각지에서 입소문을 탄 매장을 한곳에 모은 전략이 젊은 세대들의 취향을 저격했다. 효율적인 소비를 하려는 이른바 ‘시성비(시간 대비 성과)’ 트렌드를 정확히 꿰뚫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27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스위트파크 내 한 매장의 품절 안내 모습. 제품들은 개장 후 2시간도 안 돼 동났다. 김희량 기자 |
이 바이어에게 스위트파크의 숨겨진 이야기를 물었다. 스위트파크는 양정모 F&B 팀장 아래 3명의 바이어가 3년에 걸쳐 준비했다. 검토한 브랜드 수만 300여 개에 달한다. 이들은 스위트파크의 공간을 20여 개로 나눠 해당 구역별로 적합한 브랜드를 찾는 방식을 택했다.
그는 국내외를 돌며 하루 6~7곳에서 맛을 보고 셰프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하고, 의심받았던 말이 있다고 했다. 바로 “세계 1등 백화점이 그 분야의 최고를 모아 만드는 ‘세상에 없던 디저트 테마파크’를 만들겠다”는 대목이다.
사실 디저트 브랜드는 백화점 입점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본점 매출이 충분하고, 오리지널리티(고유성)를 지키려는 장인이 많기 때문이다. 또 디저트 강국인 일본에 대비해 한국을 매력적으로 여기지 않는 업체들도 적지 않다. 가리게트, 비스퀴테리 M.O, 피에르 마르콜리니 등 유명 디저트 브랜드들은 이런 상황 속에서도 신세계백화점과 손을 잡았다.
이 바이어는 “글로벌 (디저트) 브랜드는 아시아 지사와 본사의 허가는 물론, 한국에 사업 전개하는 협력사와 소통이 필수적이라 오픈 전날까지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면서 “한국에 방문하는 일정에 맞춰 관계자를 만나거나 지사가 있는 일본을 자주 오가며 입점을 설득했다”고 돌아봤다.
스위트파크 내부 매장 배치도. 빨간색 박스로 구분한 두 구역이 단기간 팝업스토어가 들어올 수 있는 곳들이다. [신세계백화점 제공] |
여러 브랜드가 모인 만큼 효율적인 공간 구성은 필수였다. 스위트파크는 셰프들의 제조 퍼포먼스를 볼 수 있는 대형 브랜드들이 벽 쪽에 붙어 있다. 거대한 공간이 필요하거나 자체 주방 시설이 필요해서다. 일본 오사카 매장처럼 밀프레쎄를 만드는 과정을 볼 수 있게 쇼윈도를 설치한 가리게트도 이런 체험형 매장이다.
중앙에는 현장 판매 매장을 아일랜드형으로 배치했다. 지하 사우나 시설로 층고가 높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단차를 역으로 이용한 계단도 설치했다. 미뉴트빠삐용이나 파이브가이즈 매장 앞에 서면 스위트파크의 모습이 한눈에 보이는 개방감이 돋보였다.
스위트파크는 다른 백화점 식품관과 다르게 팝업스토어 비중이 10%(3~4곳)에 불과하다. 이 바이어는 “지속 가능한, 그리고 검증된 브랜드를 모으겠다는 기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정상을 지키는 브랜드가 빠르게 변화하는 유행 속에서 일종의 ‘무게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보였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스위트파크 내부. 김희량 기자 |
입점 브랜드는 대부분 연간 단위 계약을 진행했다. 3월 4일에는 서울 강남 유명 초콜릿 전문점 삐아프가 들어온다. 2주에서 길게는 3달 가까이 진행하는 팝업존은 5월까지 일정이 찼다. 이 바이어는 “온라인으로 입점 신청을 받는 과정에서 하루라도 빨리 입점을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스위트파크에서는 주인공이 아닌 사람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테리어팀과 영업팀을 비롯해 각 브랜드의 셰프와 직원, 또 최고의 디저트를 맛보려 찾는 고객 모두가 주인공”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스위트파크에서 하루 동안 접할 브랜드가 많지 않다는 건 단점이다. 대기 줄이 길어 특정 메뉴를 맛보려면 오랫동안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에 여러 브랜드를 즐길 방법은 없을까. 이 바이어는 3~4명 짝을 지어 팀 프로젝트를 하듯 방문할 것을 추천했다. 그는 “브랜드의 자율성을 존중하기 때문에 예약 방법도 번호표, 모바일 예약, 반드시 줄서기 등 다양하다”며 “친한 지인들과 각자 역할을 나눠 메뉴를 결정하고, 같이 즐기면 시간을 아끼면서 최상의 맛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