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전공의들 ILO 개입 요청…불통으로 일관한 정부 탓”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이 휴대전화 포렌식 참관을 위해 14일 오전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에 출석하고 있다. 앞서 주 위원장은 지난 6일 경찰에 소환돼 10시간가량 조사를 받았으며, 지난 8일에도 휴대전화 포렌식 참관을 위해 출석한 바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국제노동기구(ILO)에 긴급 개입을 요청한 것과 관련해,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현 사태의 책임은 불통으로 일관해 온 정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14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정례브리핑을 열고 “대화와 타협으로 풀 수 있었던 문제를 사법부와 국제기구의 판단에 맡기게 된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은 불통으로 일관해 온 정부에 있다”고 비판했다.

주 위원장은 “대한민국은 지금 국제사회에서 인권이 보장되고, 폭넓게 자유가 인정되는 진정한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자리매김 할 수 있을지를 시험 받고 있다”며 “정부는 건국 이념과 헌법 정신을 다시 한 번 새기며,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자유와 인권이 보장되는 국가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의사들에 대한 탄압을 멈추고 대화와 타협의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정부가 의료법 제59조에 근거해 내린 업무개시명령이 ILO 협약 제29호를 위반했다고 보고, ILO에 긴급 개입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ILO의 29호 협약은 모든 형태의 강제노동을 금지하는 조항으로, 한국은 지난 2021년 4월 비준했다.

29호 협약의 제2조 1항에는 강제노동을 ‘어떤 사람이 처벌의 위협 하에서 강요받았거나 자발적으로 제공하지 않은 모든 노동이나 서비스’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제2조 2항은 ‘국민 전체 또는 일부의 생존이나 안녕을 위태롭게 하는 상황이나 우려가 있는 경우’ 등을 강제노동 적용의 제외 요건으로 두고 있다.

대전협은 자발적으로 사직한 전공의들에게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고 복귀를 강요한다는 입장이다.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공권력을 통해 전공의를 겁박하며 노동을 강요하는 행위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 위원장은 이날 정부가 전면 확대한 비대면 진료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비대면 진료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며 다른 국가들도 (비대면 진료의) 법적 분쟁 위험성과 의료 과소비 조장, 중증 및 응급 질환의 치료 시기 지연 등의 문제를 지적한다”며 “정부가 시범사업으로 이루어지고 있던 비대면 진료를 막무가내로 전면 확대하려는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의협 비대위에 따르면 지난달 23일부터 29일까지 의료기관 청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의원급 비대면 진료가 청구된 건수는 3만 569건으로 전주 대비 15.7% 증가했다. 같은 기간 병원급에 청구된 비대면 진료 건수는 76건으로 감기 등을 앓는 경증 질환자가 대다수였다고 했다.

주 위원장은 이같은 수치를 언급하면서 “정상적으로 운영되던 의원급 의료기관의 비대면 진료 확대와 병원급 의료기관의 경증 질환 비대면 진료 증가가 수련병원 의료 공백 사태 해결과 무슨 관련이 있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공백이 일어나고 있는 곳은 수련병원의 입원 치료 영역”이라며 “외래 진료만을 대체할 수 있는 비대면 진료의 전면 확대는 애초에 이번 사태의 대책이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