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박용찬 후보가 2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역에서 출근길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정치권 상징인 여의도에서 첫 출근길 인사에 나섰다. 한 위원장은 지역 현장을 찾아 항상 전면에 나섰지만, 이날 출근길 인사에서는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라고 낮게 읊조릴 뿐 별다른 존재감을 드러내려 하지 않았다. 한 위원장을 마주한 시민들은 응원하면서도 “조국신당의 지지율이 너무 올랐다”며 쓴소리를 건넸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전 8시부터 약 25분 동안 서울 영등포 여의도역 5번 출구에서 출근길 시민들을 만나 인사했다. 여의도역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서 첫 출근길 인사에 나섰던 곳이기도 하다. 악화된 수도권 민심을 공략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 위원장이 시장 유세, 시민 간담회 등 ‘만들어진’ 자리가 아닌 ‘출근길 현장’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출근길 인사는 다소 어색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시민 대부분은 한 위원장에게 눈길을 주지 않고 지나쳤고 5번 출구 양 옆을 가득 메운 인파 탓에 시민들이 현장 뒤로 돌아가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시민들이) 부담스러우실 것 같다”고 불편함을 표했다. 한 위원장 지지자로 보이는 유튜버들이 10~20명 가까이 몰리면서 경호인력들은 통로를 확보해야 했다.
한 위원장은 시민들에게 말 없이 90도 인사만 할 뿐 직접 다가가서 악수를 청하거나 인사를 건네지는 않았다. 책임 당원이라고 본인을 소개한 한 시민은 “최근 조국신당의 지지율이 너무 올랐다. 국민의힘이 잘 해야 한다”고 말을 걸었지만, 한 위원장은 별 응답 없이 인사를 반복했다. 한 위원장은 “국민의힘 한동훈 위원장입니다”라고 외치는 박용찬 서울 영등포을 후보에게 한 위원장은 “국민의힘 박용찬 후보라고 소개하라”며 발언을 정정하기도 했다.
후보를 지원 사격하기 보다 본인 정치에 집중한다는 비판 목소리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여권에서는 ‘한동훈 원톱 선대위’의 한계를 언급하며 한 위원장이 “총선이 아닌 대선을 뛰는 것 같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 지역 후보자는 “비대위 출범 이후 한 위원장의 개인기로 지지율을 견인해왔는데 최근 지지율은 그 한계를 보여주지 않냐”며 “지역 유세에서도 지역별 공약이 아닌 ‘한동훈’만 보인다. 최근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공약을 내놓고 있지만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민의힘은 총선을 2주 앞두고 고전하는 모양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21~22일 이틀 간 전국 18세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지난주 대비 0.8%p 내린 37.1%, 더불어민주당은 2.0%p 오른 42.8%로 집계됐다.(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 지지율은 3주 연속 하락세다. 인천·경기 지지율은 전주 대비 2.0%p 하락했다.
한편 이날 현장에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산업은행지부 관계자들이 찾아와 ‘산은 이전 반대’를 외쳤다. 한 위원장이 도착하자마자 관계자는 “한동훈 위원장님, 산업은행은 왜 이전해야 하는 겁니까”라고 외치며 수차례 항의했다. 한 위원장은 해당 남성을 향해 “산업은행을 이전하겠다는 것이 정부 여당의 공약”이라고 답했지만 관계자가 경호원에 의해 제지 당해 끌려 나가는 탓에 대화가 이어지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