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안 ‘어른아이’ 꺼내줘요”…전직 은둔청년이 돕는다

유승규 안무서운회사 대표는 그 스스로가 20대 시절 5년 가까이 방 안에 은둔하다, 비영리단체의 자립 프로그램을 거쳐 세상 밖으로 나왔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그대로 다른 은둔 청년에게도 주고자 2022년 2월 회사를 만들어 2년 가까이 사업을 지속해오고 있다. 이민경 기자

월 150만원을 주고서라도 방안에 스스로를 가둔 자식을 사회로 다시 내딛게 만들고자 하는 부모의 간절함. 그런 절실함에 힘입어 ‘안무서운회사’의 셰어하우스 사업이 지속되고 있다.

유승규(31) 안무서운회사 대표는 “오랫동안 은둔생활을 해온 사람이라 자기 몸을 씻는 것도, 빨래를 하는 것도 잊어버린 사람이 많다”며 “셰어하우스에서는 그 ‘당연하게 할 수 있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사회화 훈련을 하고 같은 은둔을 경험한 사람끼리 만날 수 있게 해서 ‘나만 못났다’는 수치심을 줄이고 안도감을 가질 수 있게 한다”고 했다.

최근 서울 강북구 미아동의 ‘안무서운 하우스’에서 유 대표를 만났다. 2022년 2월 창업해 시작한 은둔·고립 청년을 세상으로 다시 발 딛게 하는 사업은 유 대표 스스로가 받은 도움을 다시 나누는 과정이었다.

유 대표도 방안에 숨어있었던 은둔자였다. 그는 대학을 다니다 모종의 이유로 은둔을 하게 되면서 5년 가까이 밖에 나가지 않게 됐다.

그러던 그가 히키코모리를 지원하는 일본 비영리단체 ‘K2’ 한국지사를 만나 자립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곳의 도움을 받으면서 사회적 관계를 맺는 방법을 다시 배우게 됐고, 호주와 일본의 은둔청년을 만나면서 고립 청년 문제가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깨닫게 됐다. 유 대표는 이곳에서 2년 넘게 재직하면서 자신보다 더 힘든 청년을 만났다.

하지만 보조금으로 운영되던 K2가 코로나 시기와 겹치면서 사업을 철수하게 됐다. 같이 일하던 친구 4명과 유 대표가 직접 안무서운회사를 만들어서 이어나가기로 했다. 유 대표는 “내 문제를, 나의 수치스러운 부분을 나를 부정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에게 털어놓고 싶은 마음을 갖는다. 우리는 안 무서운 사람들이 일하는 회사다, 그러니 다가오라고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안무서운회사는 최대한 직접 수익을 창출하는 회사로 만들고 싶다고 유 대표는 말했다. 현재 셰어하우스 사업과 상담코칭이 주 수입원이다.

셰어하우스(정원 6명)는 1인당 월 150만원 가량을 내야 입소가 가능하다. 음식부터 생필품까지 모두 포함된 가격이고, 유 대표와 다른 직원이 함께 상주하면서 생활 전반을 돕는다. 생각에 따라 다소 비싸게 느껴질 법한 금액대다. 유 대표는 “그럼에도 셰어하우스 입소를 원하는 분이 꾸준하다. 이미 두 분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입주를 희망해 남아있게 됐다”고 했다.

지난해 무려 13년간의 은둔생활을 접고 셰어하우스에 입주해 함께 지내고 있는 A씨에게 접근한 과정이 그렇다. 유 대표는 “부모의 의뢰를 받았다. 상담선생님도 모두 실패한 친구였다. 저희의 경험에 미뤄봐도 이 정도 상태이면 절대로 방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A씨 스스로 본인 상황이 수치스럽다고 생각하는 중이라 다가가기 매우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그는 “정말로 방안에만 있고 싶은 사람은 누구도 없다. 분명 욕구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알고보니 이 친구가 그동안 방안에서 인스턴트 음식만 먹으면서 미디어를 통해 봤던 특이한 음식의 맛이 어떨지 궁금해하더라. 그래서 맛있는 걸 먹으러 가자고 꼬셔서 밖으로 나오게 했다”고 했다.

A씨는 맛있는 음식을 위한 첫 외출 이후로 과거 은둔 청년이었던 사람과 만나 같이 밥을 먹으면서, ‘나만 못났다’, ‘내가 문제야’ 등의 부정적 마음을 조금씩 지워나갔다.

유 대표는 회사 상담가·활동가를 은둔해본 경험이 있는 당사자로만 꾸리고 있다. 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은둔 청년의 아픔을 온전히 이해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2022 청년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19~34세 청년 중 ‘임신·출산·장애 등 특별한 이유 없이 거의 집에만 있다’고 대답한 비율은 2.4%로, 이를 청년 인구에 적용하면 제한된 공간에서 살아가는 은둔 청년은 24만7000명 정도로 추정된다.

유 대표는 청년의 은둔을 막으려면 이제 우리 사회가 고도성장기 시대의 성공 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우리나라는 과거 살아남기 위해 아득바득 살아왔다. 이 예전 삶의 방식이 그대로 남아있으면서 청년에게도 정해진 인생의 시간표가 생겼고, 이를 강요하는 분위기가 존재한다. 여기에 맞춰 살아내지 못하는 청년은 자신을 실패자로 인식한다”고 분석했다.

이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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