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추급권·공공미술은행 도입…미술진흥법 시행령 제정안 입법예고

미술품 경매(2차 판매시장) 현장 모습. [서울옥션]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지난해 7월 공포된 ‘미술진흥법’이 오는 7월 시행을 앞두고, 세부적 내용을 담은 시행령이 제정될 방침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7일 미술진흥법 시행령 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를 시작했다. 입법예고는 6월 13일까지다. 의견이 있는 기관·단체 또는 개인은 국민참여입법센터를 통해 온라인으로 의견을 내거나, 의견서를 문체부 장관에게 제출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하위법령이 만들어질 예정이다.

이번에 시행령이 제정되는 미술진흥법의 주요 골자는 공공미술은행 도입을 비롯한 미술품 재판매보상청구권(추급권), 미술 서비스업 신고제 등이다.

지난해 6월 30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미술진흥법을 의결했다. [연합]

공공미술은행 도입은 국립현대미술관이 맡았던 기존 정부미술품 선정·관리를 문체부 장관이 공공미술품 관리 전문기관으로 지정한 공공미술은행이 담당하는 방안이다.

재판매보상청구권 도입은 미술품을 재판매할 때마다 원작자인 작가에게 보상을 강화한 추급권이 보장되는 제도다. 이에 따라 미술품이 두 번째 판매될 때부터 판매가 차익 일부가 작가에게 지급된다.

예컨대 박수근 화백이 사망하기 전 완성한 작품 ‘굴비’는 1970년에만 해도 2만5000원에 판매됐지만, 32년이 지난 2002년엔 2억5000만원에 재판매됐다. 당시 작가의 유족에겐 아무런 보상도 돌아가지 않았다. 그러나 미술진흥법이 시행되면 작가 생존 기간에 이어 사후 30년까지 재판매 수익에 대한 일정 요율을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추급권은 1920년 프랑스에서 처음 도입된 이후 지금은 전 세계 80여 개국이 넘는 국가들이 보장하고 있다.

다만 법안에 따르면 미술품 재판매가가 500만원 미만인 경우, 원작자로부터 직접 취득한 지 3년이 넘지 않고 재판매가가 2000만원 미만인 경우, 업무상 저작물인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매도인이 500만원 이하로 가격을 낮춰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는 걱정부터, 매매가에서 일정 비율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미술품 가격이 되려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옥션과 화랑 등 미술 유통업계가 미술진흥법이 당초 목적과 달리 미술시장 발전에 걸림돌이 된다고 반발하는 이유다. 무엇보다 미술품 행방이 분명하게 기록되기 때문에 컬렉터의 구매 목적을 세무당국에서 파악하게 돼 이를 우려하는 것이 옥션과 화랑 등 미술품 유통업자들의 껄끄러운 속내다.

미술 서비스업 신고제는 미술 서비스업을 하거나 신고 사항을 변경하는 경우 특별자치시장·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에게 신고를 해야 하는 제도다. 그동안 화랑업, 미술품 경매업, 미술품 자문업, 미술품 감정업 등 미술 서비스업은 별도의 규제 없이 누구나 운영할 수 있었다. 위작 거래나 불투명한 거래 관행이 고착화된 배경이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 [뉴시스]

문체부는 전문가 간담회와 공청회를 개최해 현장 의견을 청취한다는 방침이다. 5월 중에는 창작, 비평, 전시, 유통, 행정, 경영, 국제교류, 법 등 미술 관련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현장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오는 23일 오전 10시에는 서울 혜화동 예술가의 집에서 공청회를 개최한다. 시행령 제정안의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전문가들의 토론과 참석자 질의응답 등을 진행한다. 누구나 별도의 사전 신청 없이 참석 가능하다.

문체부는 미술품 재판매보상청구권(27년 7월 26일 시행)과 미술 서비스업 신고제(26년 7월 26일 시행) 등은 각각 시행 시기에 맞춰 하위 법령을 마련할 계획이다.

신은향 문체부 예술정책관은 “지금껏 개별법이 부재했던 미술 분야를 제도적으로 진흥할 법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은 의미가 크다”며 “문체부는 창작, 매개, 유통, 향유를 아우르는 생태계를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미술진흥법을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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