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 사고 당일인 지난 9일 유흥주점에서 나와 대리운전 차량에 타는 김호중. [채널A 캡처] |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뺑소니 혐의를 받는 유명 트로트 가수 김호중(33)씨가 사고 직전 강남의 한 술집에서 대리기사를 불러 자택으로 귀가한 뒤, 다른 술자리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사고를 낸 것으로 드러났다. 그 동안 김씨는 “술자리에는 갔지만, 술은 입에 대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또 김호중이 사고 직후 현장에서 벗어나 누군가와 통화하는 모습도 공개됐다. 공황장애를 앓고 있어 사고 처리를 하지 않고 이동했다는 소속사 대표의 주장과는 배치되는 모습이다.
16일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유흥주점에서 자신의 소속사 ‘생각 엔터테인먼트’ 이광득 대표와 외부인사를 만나 자리를 가졌다. 이후 김씨는 대리기사를 불러 자신 명의의 검은색 승용차를 타고 집으로 이동했다.
그로부터 약 50분 뒤 김씨는 흰색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직접 몰고 다른 술집으로 향하다가 맞은편 차선의 택시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김호중은 사고 후 그대로 달아났다.
김씨 측은 그 동안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김씨 측은 “주점에서 술잔에 입을 대긴 했지만, 콘서트를 앞두고 있어서 마시진 않았다”며 “김씨가 운전 미숙 때문에 사고를 냈고, 공황 상태에서 현장을 벗어났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이날 김호중이 사고 직후 사고 현장에서 200m 정도 떨어진 골목에서 어디론가 전화를 거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이 공개됐다.
뺑소니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이 사고 직후 현장에서 벗어나 누군가와 통화하는 모습이 공개됐다. [채널A 캡처] |
김씨는 영상 속에서 차에서 내려 한손은 주머니에 넣은 채 골목길을 서성이면 누군가와 통화를 했다. 공황장애 증상이 나타났다는 소속사 측 설명과 달리 김호중은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앞서 김씨는 지난 9일 오후 11시40분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도로에서 반대편 도로의 택시와 충돌하는 사고를 낸 뒤 달아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등)를 받는다.
김씨는 사고 발생 17시간 뒤에야 경찰에 출석해 사고를 낸 사실을 인정했다. 그 사이 김씨의 매니저인 A씨가 경찰서를 찾아 자신이 운전자라고 거짓 진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자신이 거짓 진술을 하도록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김씨의 매니저가 거짓 자백을 하는 동안 다른 매니저가 김씨를 경기 구리시의 한 호텔로 데리고 간 사실을 확인했다. 이 때문에 경찰은 소속사가 뺑소니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였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하고 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14일 김씨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하고, 16일 오후 6시30분부터 오후 9시까지 약 3시간 동안 김씨와 이 대표의 주거지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김씨와 술자리에 동석했던 일행과 직원들을 불러 조사하는 한편, 주점 내 폐쇄회로(CC)TV를 분석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