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휴전안에 변경사항 요구…블링컨 “흥정 멈춰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12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미국 측이 제안한 휴전안에 공식적인 답변을 내놨다. 이스라엘 군이 기존안보다 빨리 철수하고 인질 석방 전에 영구 휴전을 선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입장 차를 좁히겠다면서도 흥정할 때는 지났다며 개탄했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N 등에 따르면 하마스는 이집트와 카타르 등 아랍측 중재자에게 미국이 제안한 3단계 휴전안과 관련해 제시한 수정안에서 이스라엘 군이 협정 체결 후 첫 주말까지 가자지구에서 철수를 시작하고 2단계에선 추가 인질을 석방하기 전에 철수를 완전 종료한 뒤 영구 휴전을 발표할 것을 요구했다.

지난달 3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제안이라며 3단계 휴전안을 공개했다. ▷6주간의 완전한 정전과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내 인구 밀집 지역 철수와 일부 인질 교환 ▷모든 생존 인질 교환과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철수 등 영구적 적대행위 중단 ▷가자지구 재건 시작과 사망한 인질 시신 송환 등 3단계로 구성됐다.

하마스의 수정안은 기존 안에 비해 이스라엘 군의 철수 시기는 앞당긴 반면 인질 석방의 시기는 최대한 늦춘 것이다. 하마스는 116명의 이스라엘 인질을 억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마스는 지난 8일 이스라엘 군이 가자지구 중심부에서 하마스가 억류하고 있던 인질 4명을 구출하는 과정에서 팔레스타인 사상자 수백명이 발생하자 이같은 요구를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스는 인질 구출 작전이 미군의 지원을 받았다는 점이 알려지자 휴전 협정의 보증인으로 중국과 러시아, 튀르키예가 포함돼야 한다는 조건을 내세웠다. 협상 과정에서 이미 철회한 요구안을 되살린 것이다.

또한 하마스는 인질과 맞교환할 수감자 명단에 대해 이스라엘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석방을 요구할 수감자에는 2000년대 초반 2차 인티파다(팔레스타인 대규모 민중 봉기) 당시 체포된 마르완 바르구티가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1단계에서 석방될 이스라엘 인질 수는 33명에서 32명으로 줄여 제시했다. 2014년과 2015년부터 억류돼 있던 아베라 멩기스투와 히샴 알-샤예드 등에 대해서는 별도로 석방 협상을 할 것을 요구했다. 이스라엘은 이들에 대해 첫 인질 교환 때 석방할 것을 원해 왔다.

하마스의 역제안에 대해 블링컨 장관은 “간극이 메워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이러한 변화 중 일부는 하마스의 이전 입장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협상과정에서 오랫동안 입장을 이리저리 바꾸고 이미 수락했던 조건에 대해 다른 요구를 한다면 선의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개탄했다.

그러면서 “이제 흥정을 멈추고 휴전을 시작할 때”라며 “이는 간단한 일”이라며 하마스의 결단을 촉구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하마스의 역제안에 대해 “변화 중 다수는 사소하고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다른 것들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 명시된 것과 실질적으로 다르다”고 지적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