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병원 집단휴진에 맘카페들 뿔났다 [의협 집단휴진]

18일 임시 휴진의 이유로 ‘에어컨 청소’, ‘단수 공사’등을 공지한 한 병원의 안내문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주도로 동네 병·의원까지 문을 닫는 경우가 발생하면서 지역 맘카페 회원들이 휴진 병·의원 리스트를 자체적으로 만들어 공유하는 등 불만이 거세게 터져 나왔다. 휴진한 병원을 다시는 방문하지 않겠다며 불매 의사까지 표출한 이들도 상당수다. 특히 평소에도 2~3시간을 기다려야 하거나 치료를 받기 위해 ‘오픈런’까지 하는 상황에서 나온 휴진에 엄마들의 공분이 커졌다.

18일 의협은 집단 휴진을 주도하고,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 ‘의료농단 저지 전국의사 총궐기 대회’를 열었다. 보건복지부는 의협 집회에 따른 진료 공백을 막기 위해 10일 의료기관 3만6000여 곳에 진료명령과 휴진신고명령을 발령했다. 18일에는 개원의 등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바 있다.

집단 휴진이 예고됐던 18일 실제로 휴진을 하는 병·의원이 나오면서 서울, 인천, 경기, 부산 등 지역별 ‘맘카페’에서는 엄마들이 직접 병원에 전화를 하는 등 진료 유무를 확인해 손수 만든 리스트가 돌았다. 하루 휴진을 하거나 오전 진료만 보고 오후에 휴진을 하는 병원, 오히려 정상 진료를 하는 병원을 각각 정리해 올린 것이다.

25만여 명이 가입한 경기 성남시의 한 맘카페에서는 집단 휴진 전날인 17일부터 휴진 병·의원을 공유하는 글이 10여 개 올라왔다. 제주 지역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휴진하는 병원 리스트가 공유됐다.

공유된 게시물에는 “자기 가족이 아파 죽어가도 파업할 것인지 물어보고 싶다”등 1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네티즌들은 “아프면 대체 어느 병원에 가야 하느냐”며 “불편함은 모두 환자 몫”이라고 답답해했다.

‘휴진하는 병·의원을 불매하자’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31만명이 소속된 경기 화성시 동탄동의 한 맘카페 회원은 “오늘 휴진하는 소아과 없길 바랬는데 집 앞에 떡하니 있다. 진료는 별로였어도 가까워서 급할 때 몇 번 다녀왔는데 이젠 안 가게 될 것 같다”고 적었다. 다른 회원도 “휴진 병원 그만 가야겠다”, “의사이기에 아픈 환자를 등지는 건 절대 용납이 안 된다. 휴진한 개인병원 리스트업 되면 쳐다도 안 보고, 안 가고 싶다”며 불매에 동참하겠다는 의견을 표했다.

복지부의 업무개시명령 등을 피하기 위해 ‘꼼수 휴진’을 한 병원도 곳곳에서 포착됐다. 의협 집회에 참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이유를 대며 18일 하루 휴진을 하는 경우다.

한 병원에서는 “병원 대청소로 휴진한다”, “에어컨 긴급 보수로 휴무한다”, “내부 단수 공사로 임시휴진한다”, “해외 초청일정으로 휴진한다”는 등의 이유를 병원 입구에 붙여놨다. 이를 본 맘카페 회원들은 “에어컨 청소라니 이유가 구차하다”, “집단 휴진 동참 병원을 보이콧하자”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박지영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