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꼬인 국회 원 구성 논의…여야 마지막 협상카드 ‘주목’ [이런정치]

배준영(오른쪽)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와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원 구성 협상을 한 뒤 나와 취재진에게 각자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안대용·신현주 기자] 여야 원 구성 협상에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법제사법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을 1년씩 번갈아 맡자는 국민의힘 제안에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제한을 역제안 했는데, 서로 받아들이지 못해 매듭이 더 꼬였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이번 주말을 협상 마지노선으로 못박았는데도 여야가 공회전만 거듭하는 것이다. 입장차를 줄일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야의 마지막 협상 카드가 주목된다.

20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은 우선 중진 및 재선 의원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입장을 정리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남은 7곳의 상임위원장 자리도 전부 가져가 ‘18(민주) 대 0(국민의힘)’이 될 가능성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다. 나아가 설령 국회 본회의 표결을 통해 민주당이 7곳의 위원장을 확보하고 모든 상임위원장이 정해진다 해도, 국회에 복귀하지 않고 장외 투쟁을 이어갈 여지도 내비친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현 시점에서 민주당에 공식적으로 더 제안할 수 있는 것이 마땅히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현재로썬 다른 어떤 제안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민주당의 얘기는) 사실상 국회 다수당 점하고서 집권여당 되겠다는 얘기와 똑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오는 21일 오전 10시 원 구성 협상 관련 의견을 모으기 위한 의원총회를 열기로 했는데, 이 자리에서의 논의 결과가 22대 국회 전반기 원 구성의 중대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앞선 의총에선 추경호 원내대표가 직을 걸고 싸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당대표 공석 상황에서 이제 임기 한 달을 넘긴 추 원내대표가 자리를 내놓는 게 타당한지에 대한 반론과 함께, 실제 원내대표직 사퇴 결단을 하더라도 유효한 카드가 되지 못할 것이란 현실론도 만만치 않다. 기본적으로 11대 7이든 18대 0이든 크게 상관없다는 것이 민주당 입장이어서, 현재의 입법부 강공 모드에 민주당이 타격을 받을 일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추 원내대표가 직을 걸 경우 국민의힘 소속 의원 전원이 총사퇴를 선언하는 ‘초강수’도 일각에서 거론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카드이고, 여당이 입법부를 방기한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 고민 거리다.

민주당도 현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더 제안할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 한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에 “우리가 지금 뭘 더 할 게 없다”며 “지금 단계에서는 국민의힘이 들어오느냐 마느냐만 남았다”고 했다.

민주당 내에선 전날 박찬대 원내대표의 제안을 국민의힘이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먼저 제안한 ‘법사위원장·운영위원장을 1년씩 돌아가며 맡는 방안’에 대한 대화의 핵심 조건이 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 제한인데, 이 부분은 여당이 아닌 대통령의 권한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윤 대통령이 민주당 뜻대로 국회를 통과한 법률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즉시 공포하는 것은 결국 결과에 달린 문제여서 미리 약속할 수 없다는 이유도 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실질적 논의를 하지 못하고 ‘언론 플레이’로 시간만 허비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로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에서 물밑 조율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공개적으로 상대가 수용하기 어려운 카드를 던지면서 논의를 더 꼬이게 한다는 것이다. 양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전날 오후에도 마주 앉았지만 논의에 진전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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