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23일 국회에서 당 대표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진·신현주 기자] 5선의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서울 동작을)은 23일 “보수재집권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 내겠다”며 7·23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 출사표를 던졌다.
이번 당대표 선거가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출마로 친윤석열(친윤)계와 친한동훈(친한)계의 대리전으로 비춰지는 상황에 대해서는 “굉장히 미숙한 정치”라고 날을 세웠다. 대선 출마 시 당대표 임기 중 사퇴가 불가피한 당권·대권 분리 규정과 관련해서는 “대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초록색 ‘전투복’을 입은 나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의 영원한 당원, 저 나경원은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다”고 밝혔다.
나 의원은 국민의힘 전신에 뿌리를 둔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보수의 가치는 단 한 순간도 패배한 적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손으로 만들고, 우리 힘으로 이끌어 온 역사”라며 “반드시 보수 재집권에 성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 의원은 “우리 국민의힘을 책임지지 않는 정치, 염치없는 정치, 미숙한 정치에 맡길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총선 참패 책임을 지고 물러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당권 도전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나 의원은 “국민의힘은 제대로 바꿀 수 있는 사람, 정말로 이길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며 “저는 이길 줄 아는 사람이다. 총선 참패의 쓰나미 속에서도 저는 대한민국 심장부, 서울 지역구를 탈환했다”고 말했다.
또 “총선 패배를 자초한 오판을 다시 반복할 수는 없다. 시행착오를 감당할 여유는 이제 없다”며 “수도권 생존 5선 정치인의 지혜, 전략, 경험을 오롯이 보수재집권을 위해 쏟아붓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나 의원은 자신의 ‘정통성’을 강조했다. 그는 “22년 전 우리 당에 들어와 지금껏 단 한 번도 우리 당을 떠난 적 없다”며 “어려운 선거마다 당을 위해 희생했고 헌신했다”고 말했다.
그는 “원내대표 당시, 민주당 의회 독재를 막기 위해 온몸을 내던져 투쟁했다”며 “엄혹했던 문재인 정권 시절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냐’며 문 대통령을 질타했다. 당원, 국민과 하나가 되어 조국 장관을 끌어내렸다”고 했다. 이어 “바로 그때 우리는 살아있는 야당으로 다시 태어났다. 정권교체 초석을 다졌던 것”이라며 “보수재집권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 내겠다”고 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23일 국회에서 당 대표 출마선언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 |
나 의원은 채해병 특검법과 관련해 “진실규명용 특검이라면 저희가 그 부분에 대해서 언제든지 열어서 생각할 수 있다”면서도 현재 야당이 추진하는 특검법에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나 의원은 “지난번 채상병 특검법 논의된 법제사법위를 보니까 저희가 이대로 방치할 수 만은 없다. 지금 의회독재의 수준이 우리가 상상을 초월하는 쪽”이라며 “이제는 저희가 의회에 들어가는 게 맞다”고 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서는 “수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거로 알고 있다”며 수“사가 종료된 후에 진실규명이 미흡하다면 특검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 의원은 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저 나경원은 대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나 의원은 “사실 제게 있어서 대권의 꿈도 정말 접을 수 없는 소중한 꿈”이라면서도 “그러나 지금 당이 너무 어렵고 당은 정체절명의 위기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당대표를 맡아서 당을 제대로 바꾸고, 2027년 대선에서 반드시 이길 수 있는 정당 기초를 만들겠다고 선언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당권·대권 분리 규정을 명시한 당헌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헌에 따르면 2027년 3월 대권에 도전할 경우 당대표 임기 중반인 2025년 9월 사퇴해야 한다.
나 의원은 자신의 서울시장 출마설과 관련해서도 “지방선거도 그 연장선상으로 검토해 볼 수 있다”고 했다.
또 나 의원은 “친윤, 비윤 이야기가 계속 나온다”며 “저는 당대표 선거에 대통령을 자꾸 끌어들이는 이런 미숙한 정치가 없어져야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지적했다.
나 의원은 “대통령과 통화했다, 뭐 했다부터 시작해서”라며 “한마디로 당정이 동행하기보다 우리가 이미 실패가 입증됐다고 할 수 있는 당정일체가 되거나, 지나친 당정갈등을 좀 완화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쓰는 것에 대해 굉장히 미숙한 정치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나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문에서도 “줄 세우는 정치, 줄 서는 정치, 제 사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그런 제가 진심으로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