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선 후보 수락…“절반 아닌 모두 위한 대통령 될 것”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밤 위스콘신주 밀워키 파이서브 포럼에서 공화당 전당대회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마친 후 아내 멜라니아에게 볼 뽀뽀를 하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공화당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하고 공식적으로 재선 도전에 나섰다. 그는 피격 사건에서 살아남은 ‘불사조’ 이미지를 내세우면서 미국 사회 통합의 메시지를 강조했다.

단 불법 이민 문제와 대중국 정책 등에선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위스콘신주 밀워키 파이서브포럼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 행사에서 “겸허한 마음으로 대통령 후보직을 수락한다”며 “올바른 길을 걸을 것”이라고 밝혔다.

귀에 거즈를 붙이고 등장한 그는 피격 당시 상황에 대한 설명으로 연설을 시작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불과 몇 센티미터 차이로 총탄을 피하고 살아날 수 있었다”며 “연설 중 뒤에 있는 화면을 보기 위해 오른쪽으로 몸을 돌렸는데 약간 더 돌려고 했다. 운이 좋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오른쪽 귀에 심한 통증을 느꼈다. 총탄밖에 없겠다 생각했다. 귀를 만졌는데 피로 범벅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즉각 우리가 공격을 받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았다”며 “총알은 계속 날아왔고 용감한 비밀경호국(SS) 요원들이 무대로 올라와 나를 구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방에 피를 흘렸지만 나는 안전하다고 확신했다. 신이 내 편에 있었기 때문”이라며 “가장 놀라운 점은 수만 명의 군중이 움직이지 않고 서 있었다는 점이다. 아무도 도망치지 않았기 때문에 집단 참사가 벌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그들에게 내가 괜찮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 나는 주먹을 불끈 쥐고 손을 들어 ‘싸우자, 싸우자, 싸우자’고 외쳤다”고 부연했다.

이어 “이 자리에 선 것 자체가 기적이다. 모두 신의 은총 덕분”이라면서 “남은 생애 동안 시민들이 보여준 무한한 신뢰와 사랑에 감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피격 현장에서 사망한 전직 소방관 코리 콤퍼라토레를 애도하며 “가장 고귀한 희생은 남을 위해 자신 목숨 버리는 것”이라고 치하했다.

그러면서 피격 사건 이후 며칠 동안 630만달러의 선거 자금을 모금했다며 100만달러짜리 수표를 꺼내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 파이서브포럼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소명 의식을 갖고 정의를 실현하고,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는 대통령으로서 여러분 가족과 국가를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 미국이 다시 부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이번 대선은 산적한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지, 다시 안전하고, 자유롭고, 위대한 나라가 될 수 있는지에 관한 선거”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정치는 분열이 심각한 상황이다. 정치적 의견이 다르다고 공격하면 안 된다. 민주당은 사법 시스템을 이용해 반대 정치인들을 표적수사 하는 것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나는 민주주의의 적이 아니라 미국을 구하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 사퇴의 기로에 놓인 가운데 대세를 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상대 진영에 대한 날 선 공격보다는 ‘통합’의 메시지를 강조했다. 그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을 인용하면서 “절반의 미국인이 아닌 모든 미국인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4개월 후 우리는 (대선에서) 놀라운 승리를 거둘 것”이라며 “모든 인종, 종교, 피부색, 신조를 가진 시민들을 위한 안전과 번영, 자유의 새로운 시대를 시작할 것이다. 우리 사회의 불화와 분열은 반드시 치유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선 시 대외 정책에 대해 “대만, 한국, 필리핀 등 아시아에서 무력 충돌의 망령이 커지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을 포함해 “현 정부(바이든 행정부)가 야기한 모든 국제 위기를 종식하고 세계에서 평화와 화합을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취임 첫날 남부 국경을 봉쇄해 불법 입국자들의 미국행을 차단하겠다고 공언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선 유대감을 과시했다. 그는 “나는 북한 김정은과 잘 지냈다”며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누군가하고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다. 우리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중단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북한은 다시 도발을 이어가고 있지만 우리가 다시 만나면 나는 그들과 잘 지낼 것이다. 그가 나를 그리워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경제 분야에서는 고물가를 바이든 대통령 탓으로 돌리면서 “인플레이션 위기를 즉시 끝내고, 금리를 떨어뜨리고, 석유 및 천연가스 시추를 재개해 에너지 비용을 낮출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미국 내 자동차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중국산 자동차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자동차 제조 공장들은 미국에서 지어질 것이고, 우리 사람들이 공장에서 일할 것”이라며 “그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우리는 자동차마다 100~2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며 그들은 미국에서 팔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취임) 첫날 전기차 의무명령을 끝내서 미국 자동차 산업을 완전한 소멸로부터 구하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나라들이 와서 우리 일자리를 빼앗아 가고 우리나라를 약탈하게 두지 않을 것”이라며 “그들이 미국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방식은 미국에서 만드는 것이다. 미국에서 만들어라”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구호를 외치며 연설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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