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수련을 시작하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 마감일인 31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 신입 전공의 모집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31일 수련병원의 하반기 전공의 모집 마감일이 됐지만, 전공의들은 복귀를 거부했다. 이들은 복귀할 바에 차라리 해외로 진출하거나 대기업·제약회사 등으로 가겠다며 정부의 정책 변화를 촉구했다.
올해 하반기 인턴과 레지던트를 모집하는 126개 의료기관은 이날 오후 5시 지원서 접수를 마감한다. 모집하는 전공의 숫자는 총 7645명이다.
정부는 사직 후 하반기 모집에 재응시하는 전공의에게는 수련 특례를 주겠다고 밝혔다. ‘동일연차·과목 지원 제한’을 없애고, 추가 전문의 시험을 치르게 해 주는 등 최대한 복귀를 돕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특례는 하반기 수련과정으로 복귀하는 전공의에 한정되며, 내년에 돌아오는 전공의는 적용받지 못한다.
이러한 정부의 전략에도 불구하고 전공의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서울의 한 수련병원에서 사직한 전공의 A씨는 “주변 지인들 모두 수련 현장을 완전히 떠나서 '가을턴'(하반기 전공의 모집) 관련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없다”며 “접수기간이 언제부터 언제까지인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A씨는 “주변에서 한국에서 의사 못 하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며 “외국계 제약회사, 대기업 등 다양한 곳으로 직장을 많이 옮겼다”고 전했다.
다른 수련병원에서 사직한 전공의 B씨도 “처음에 사직하고 나올 때의 목표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으니 가을턴으로 들어갈 이유가 없다”라며 “정부가 수련 기간을 단축해 준다면 병동·중환자실에서 배우는 시간이 줄어들고 경험과 지식이 부족해진다. 그 전공의들이 상급 연차가 되면 그 아래 연차에는 더 큰 문제가 생길 텐데, 의사의 질이 하락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방 수련병원 전공의 C씨도 “가을턴은 사태 해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기존 전공의 수련 체계에 회의를 느끼고 일반의로서의 삶을 고민하는 사직 전공의들이 많다”고 했다.
이어 “대학병원 재정이 심각한 상태라고 들었다”며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을 각오를 한다면 지방·필수의료를 살리는 데 사활을 거는 투자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