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총리실과 정면 충돌한 머스크 “내전 불가피” 주장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AP]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영국에서 격화하는 극우 폭력 시위를 둘러싸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를 소유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영국 총리실이 정면충돌했다.

영국 총리실이 SNS상 선동 콘텐츠를 사태 악화의 주범으로 지목한 가운데, 머스크는 영국 내각의 대응에 의문을 표하며 비난을 이어갔다.

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텔레그래프, 더타임스에 따르면 머스크는 전날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영국 거리의 폭력 시위 사태를 보여주는 영상을 게시하고는 "내전은 불가피하다"라는 글을 달았다.

이어 하루 뒤에는 "우리는 이슬람 사원과 무슬림 공동체에 대한 공격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의 글을 자신의 X계정으로 가져온 뒤 "'모든' 공동체에 대한 공격에 대해 걱정해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글을 올렸다.

이는 영국 당국이 이번 사태에 대해 일방적인 접근 방식을 취한다는 비난으로 해석됐다.

영국 총리실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즉각 반박했다.

스타머 총리의 대변인은 머스크의 "발언에는 타당한 근거가 없다"며 "우리가 이 나라에서 보고 있는 것은 조직화된 폭력이며 이는 거리든, 온라인이든 설 자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머스크는 이번 시위와 관련한 온라인 콘텐츠에 느낌표나 댓글을 달며 동조했다. 이는 선동적인 콘텐츠가 온라인상에 널리 퍼지도록 하는 데 일조했다고 가디언은 짚었다.

머스크가 퍼 나른 콘텐츠에는 영국 극우 운동가인 토미 로빈슨(본명 스티븐 약슬리-레논)이 게시한 폭동 영상도 있었다.

옛 트위터는 로빈슨의 계정을 2018년에 폐쇄했지만,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한 뒤 이를 복원하고 엑스를 통해 그와 교류해왔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반면 스타머 총리는 SNS상에 유포되는 선동적인 콘텐츠에 대한 엄격한 단속 방침을 밝혔다.

그는 긴급안보회의(코브라) 뒤 "폭력을 선동하는 것이라면 그것이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관계없다"며 "그러므로 거리에서 직접 (폭력에) 참여하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거기(온라인)에서도 체포와 기소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피터 카일 기술혁신과학 장관은 엑스, 유튜브, 메타, 구글, 틱톡의 경영진과 각각 만나 온라인 폭력 콘텐츠에 대한 대응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일 장관은 이들과의 회동 뒤 "플랫폼들이 처리해야 할 상당한 양의 콘텐츠가 유포되고 있다"며 "플랫폼들이 온라인에서 증오를 퍼뜨리는 사람들이 활개 치거나 숨을 곳이 없도록 보장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텔레그래프는 머스크와의 "다툼으로 엑스를 포함한 SNS 기업들이 폭력을 촉발할 우려가 있는 허위 정보를 적극 제거하도록 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복잡해질 수 있다"고 짚었다.

극우 폭력 시위는 지난달 29일 리버풀 인근 사우스포트의 어린이 댄스 교실에 침입한 범인이 흉기를 휘둘러 어린이 3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친 직후 시작됐다.

사건 직후 신상이 공개되지 않은 17세 피의자가 '무슬림 망명 신청자'라는 근거 없는 소문이 SNS에 퍼지면서 사우스포트와 런던 등지에서 반이슬람, 반이민을 주장하는 극우파의 폭력 시위가 촉발됐다.

피의자가 웨일스 카디프 태생의 17세 남성 액설 루다쿠바나라는 인물이라고 발표된 이후에도 폭력 시위 참가자들은 이민자를 표적으로 삼고 있다.

이날 영국 전국경찰서장협의회(NPCC)에 따르면 이번 사태로 체포된 사람은 현재까지 378명에 달한다.

협의회는 "계속해서 관련자를 식별하고 책임자를 체포함에 따라 이 수는 앞으로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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