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산일 또 다가오는데” 답없는 티메프애타는 판매자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금융지원센터에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 피해자들을 위한 위메프·티몬 전담 창구가 마련돼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벼리·박병국 기자] #. 지난 2022년 정부가 ‘스타기업’으로 선정한 한 중소기업. 지역에서 30년간 영업을 한 회사로, 제조업과 유통업을 병행해 왔다. 이 업체는 위메프에 7억8000만원의 판매대금을 받지 못해 파산 준비를 하고 있다. 회사의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정부의 지원도 결국 갚아야 할 대출”이라며 “대표가 사업을 정리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의 유동성 지원으로 티메프(티몬·위메프) 피해 판매자(셀러)의 숨통이 일단 트였다. 하지만 수십억원 이상의 판매대금을 받지 못한 중소업체들은 까다로운 ‘대출심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이달 정산마저 무산될 가능성이 커 파산을 고려하는 업체도 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판매대금 정산일은 위메프가 7일, 티몬이 9일이다. 티몬월드의 정산일은 19일이다. 특히 티몬월드의 판매자가 받아야 할 미정산금은 최대 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를 본 한 중소업체 관계자는 “티몬의 경우 6월에 매출이 몰려 있어 티몬월드의 정산일이 지나면 피해금액은 지금보다 2~3배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1일 기준 정부 추산 정산지연금은 2783억원이다. 대부분 5월에 발생한 매출이다.

정부의 유동성 공급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정산을 받지 못한 다른 업체 관계자는 “티몬의 할인 정책 때문에 매출의 80% 이상을 티메프에 의존했던 기업들이 있다”며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 상환 능력을 보는데, 이들 업체들은 상환 능력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업은행은 피해 판매사를 대상으로 3000억원 규모의 대출 프로그램 접수를 9일부터 받는다. 기업당 3.9~4.5% 금리로 최대 30억원을 지원한다. 30억원 이상 피해를 본 업체는 일반보증 등 프로그램을 통해 지원한다. 3억원까지는 보증심사가 간소화되지만, 그 이상 금액에 대해서는 상환여력 및 원리금 연체 이력, 자본잠식 여부 등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야 한다.

티몬·위메프 피해자가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릴레이 우산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

실제 정부 지원을 받지 않겠다는 업체도 등장하고 있다. 한 판매자는 “대출이자를 갚지 못하면 신용등급이 떨어져 이번 사태에 따른 상환 요구뿐만 아니라, 그 이전에 빌린 대출금까지 갚으라는 요구가 들어올 게 뻔하다”면서 “대출로 회생할 수 있는 소상공인이나 기업만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티메프의 회생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판매자에는 ‘희망고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가뜩이나 재무 상황도 안 좋은데, 판매자와 소비자 신뢰마저 잃었기 때문이다. 신규 투자나 인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마저 사라진 상태다.

류화현 위메프 대표는 전날 서울중앙지검에 압수물 포렌식 참관을 위해 출석하면서 “제가 가장 바라던 곳으로부터 (투자·인수) 최종 거절 통보를 받았다"면서 “긍정적이었다가 잔여 채무에 대해 회복안이 걱정된다고 했다”고 전했다.

티메프는 오는 13일 예정된 회생절차 협의회를 앞두고, 이번 주 법원에 자구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자구안을 법원에 제출하면 재판부 검토 후 회생절차 협의회에서 채권자들에게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한다. 현재 고액 채권자 중심으로 1차 채권자협의회가 구성됐다.

티메프의 모회사인 큐텐도 묵묵부답이다. 최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미정산 사례에 대해 사유를 요청하는 내용의 공문을 큐텐에 보냈지만, 일주일 넘게 답이 없다. 중진공 관계자는 “계속 답이 없으면 싱가포르에 직접 가서 큐텐 관계자와 대면할 계획”이라고 했다.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 문이 잠겨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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