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독립기념관장 “마녀사냥 하듯 인민재판 벌인다”[종합]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12일 서울지방보훈청에서 뉴라이트 성향 논란 관련 기자회견을 가졌다. [연합]

[헤럴드경제=신대원·오상현 기자] ‘뉴라이트 논란’에 휩싸여 전방위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사실상 사퇴를 거부했다.

김 관장은 12일 “앞으로 내가 관장으로 재임하는 기간 동안 독립정신을 널리 선양하는 일과 이를 통해서 국민통합을 이루는데 매진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오후 용산 서울지방보훈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내가 늦은 나이에 공직자로 나선 이유는 이번 관장 공고에 ‘독립정신을 널리 알려 국민통합을 이룰 분을 모신다’는 기사를 보고 주변인들이 나를 적임자라고 권유했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독립유공단체의 맏형격인 광복회와 25개 독립운동가 선양단체로 구성된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항단연)은 김 관장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이들은 광복절 경축식 불참을 선언한 가운데 별도의 기념식 개최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 야권도 김 관장 임명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광복절 경축식에 불참할 태세다.

특히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즉각 김 관장 임명을 철회할 것과 무리한 인사 강행에 따른 대국민사과까지 촉구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날 기자회견을 연 김 관장은 “삼복 절기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씨에 연일 확산되는 신임 독립기념관장의 취임 관련 기사가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며 “내 기억으로 독립기념관장이 이렇게 화제의 중심에 섰던 적은 이제까지 한 번도 없었다”는 말로 시작했다.

이어 “그러나 나는 이것이 나에게 주어진 숙명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며 자신의 가정사를 늘어놨다.

그는 서울대 공대(당시 국립서울공업대) 재학 중 6·25전쟁 학도병으로 자원입대한 부친이 전남 여수 제36육군병원으로 후송되고, 부산에서 교편을 잡고 있던 모친이 여수로 건너와 자신을 출산한 얘기를 꺼냈다.

또 자신이 학군단(ROTC)에 입단해 군사훈련을 받던 중이던 1976년 판문점 도끼만행사건이 일어나면서 전쟁의 공포에 떤 일과 아들이 2015년 목함지뢰사건 때 군의관으로 근무하면서 비상경계에 들어가 있는 동안 하루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김 관장은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언제까지 이렇게 전쟁 공포에 시달려야만 할까. 3대에 걸친 우리 집안의 비극은 여기서 그칠 수 있을까”라며 “우리나라가 남북 간 평화를 이루고 통일을 하려면 먼저 대한민국이 하나되고, 국가 정통성이 확립돼야 하는데, 이것이 제가 국민통합사관을 부르짖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김 관장은 “저는 유명한 역사학자가 아니다. 이른바 명문대학도 나오지 않고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서울 오산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으면서 주경야독하느라 학사·석사·박사 공부한 학교가 다 다르다”며 “그런 점에서 역사학계의 비주류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자신을 향해 독립운동학계나 근현대학계에서 ‘듣보잡’(잘 알려지지 않음)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김 관장은 그러면서 “그러나 한편으로 말로만 민족주의사학을 주장하지 않고 북한을 다니면서 북한어린이돕기와 인도적 대북지원활동을 통해 통일운동에 종사했다는 점에서 실천하는 역사학자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뉴라이트라는 비판의 근거로 지목받는 ‘대한민국 건국론’과 관련해선 “대한민국 건국론에 관한 저의 생각이 광복회로부터 혹독한 비판을 받고 있다”며 “학자는 연구 성과로 평가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건국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대한민국 건국은 어느 한 시점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 1919년 상해 임시정부 수립으로 시작돼 1948년 정부 수립으로 완성됐다는 신용하 교수의 주장과 자신의 견해는 꼭 같다고 주장했다.

또 “만약 나의 주장이 잘못됐다면 학문적으로 지적하면 되는데 마치 중세교회가 지동설을 주장하는 갈릴레오를 종교재판에서 화형에 처한 것처럼 여론몰이를 통해 마녀사냥 하듯 인민재판을 벌이고 있다”고 항변했다.

일제 강점기 우리나라 국민 국적이 어디냐는 질문에 ‘일제시대의 국적은 일본이지요. 그래서 국적을 되찾기 위해 독립운동한 것 아니냐’고 답변한 것을 두고 일본신민이라고 주장했다며 친일파로 몰아붙이고 있다고도 반박했다.

아울러 김 관장은 “저는 그동안 한 번도 독립운동을 폄훼하거나 특정한 독립운동가를 비방한 적이 없다”며 “수많은 강연과 수백편의 글을 통해 독립정신을 선양하는 일에 앞장서 왔다”고 밝혔다.

또 독립운동가를 폄훼하고 일제강점기의 식민 지배를 옹호한다는 의미로 말하는 뉴라이트가 아니라면서 임시정부와 김구 선생을 비방한 적이 없고, 이승만 대통령과 김구 선생을 편 가르기 한 적도 없으며 두 분을 비롯한 다수의 독립운동가들을 ‘건국의 아버지들’로 함께 인정하자고 주장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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