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나라살림 103.4조원 적자…현 정부 들어 100조원대 처음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나라 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가 올해 상반기에만 103조4000억원 적자로 나타났다. 6월 기준으로는 역대 두번째로 큰 적자 규모이자, 현 정부 들어서는 처음 100조원대를 돌파했다.

정부가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총지출을 1년 전보다 20조원 이상 늘렸으나 세수가 이를 따라가지 못한 여파로 풀이된다. 이로써 올해 예산을 편성하며 잡았던 예상치(91조6000억원 적자)를 반년 만에 넘어서면서 재정 건전성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뉴시스]

기획재정부가 14일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8월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총수입은 296조원, 총지출은 371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각각 3000억원 감소, 20조3000억원 증가한 수치다.

정부의 신속집행 기조를 타고 지출과 세입의 차이는 더 크게 벌어졌다. 정부는 올해 예정된 252조9000억원 중 상반기에만 167조5000억원(집행률 66.2%)을 집행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조8000억원 늘어난 수준이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76조원 적자를 기록했다.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 기금수지(27조4000억원 흑자)를 제외해 실질적인 재정상태를 가늠할 수 있는 관리재정수지는 103조원4000억원 적자를 나타냈다.

상반기 기준으로 보면 지난 2020년 110조5000억원 이후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월별 적자 규모가 100조원을 넘은 건 2020년을 비롯해 2022년, 올해까지 3번뿐이며 현 정부 들어서는 처음이다. 이미 올해 연간 관리 목표치도 11조8000억원 뛰어넘었다.

국세수입이 1년 전보다 10조원 감소한 168조8000억원에 그치면서 총수입이 줄어든 게 원인으로 분석된다. 부가가치세(5조6000억원)와 소득세(2000억원) 증가에도 기업 실적 악화에 따른 법인세(-16조1000억원) 쇼크의 영향이 더 컸다.

상반기 국세 수입의 올해 세입 예산(367조3000억원) 대비 진도율은 45.9%다. 올해와 진도 흐름이 유사했던 2013년과 2014년을 바탕으로 추정해보면 올해 국세 수입은 최소 10조원대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기재부는 2분기 주요 세입이 적어 관리재정수지 적자폭이 연중 가장 크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한주희 기재부 재정건전성과장은 “7월은 부가세 수입이 들어오면서 이번 달보다는 개선될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다만, 현 상황에서 어느정도 개선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나랏빚인 중앙정부 채무는 6월 말 누계 기준 1145조9000억원으로 전월보다 9000억원 감소했다. 월간 재정동향의 국가채무는 중앙정부 채무만을 의미하며 지방정부 채무는 연 1회 산출해 발표한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53조4000억원 순증으로, 예산상 계획된 규모(1163조원)에 서서히 다가서는 추세다.

7월 국고채 발행 규모는 15조8000억원, 외국인 국고채 순투자는 4조7000억원으로 4개월 연속 순유입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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