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간) 헤즈볼라 무인항공기(UAV)가 이스라엘 북부 상공에서 이스라엘 공군에 의해 요격되고 있다. [AFP] |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하마스 정치지도자 사망으로 이란의 이스라엘 보복이 예고된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친이란 세력인 레바논 헤즈볼라를 대규모로 선제 공격하는 ‘뜻밖의 수’를 뒀다.
지난달 말 헤즈볼라 최고위급 파우드 슈크르와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연이어 피살당하자 이란과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에 대한 ‘잔혹한 보복’을 예고했다.
국제사회는 기정사실이 된 보복 공격 날짜와 방식을 놓고 여러 시나리오를 그렸지만 이스라엘은 방어 대신 선제공격을 감행했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전략을 택한 셈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25일(현지시간) 새벽 전투기 100여대를 동원한 대규모 선제 폭격을 가하면서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영토를 향해 미사일과 로켓을 발사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했다”는 이유를 댔다. 헤즈볼라는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한 직후부터 이스라엘 북부를 드론과 로켓을 동원해 공격을 이어오는 터라 헤즈볼라의 공격 징후가 새로운 상황이라고 하긴 어렵다.
이스라엘이 선제공격을 결심한 것은 무엇보다 보복 공격이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하니예 암살 뒤 3주 넘게 이란을 위시한 ‘저항의 축’의 보복 공격 위협에 전면전 수준으로 군의 경계를 격상하고, 병원에도 유사시에 대한 대비 강화를 주문하는 등 최고 수준의 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가자지구 안에서 벌어지는 하마스와 전쟁과 달리 전국토가 보복 공격의 표적이 되면서 국민적 피로도가 높아졌다. 또 군이 최고 준비태세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과 군의 스트레스 역시 시간이 갈수록 이스라엘 정부에 부담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헤즈볼라의 ‘준비된 보복 공격’은 텔아비브나 하이파와 같은 주요도시가 표적이 될 수 있는 만큼 기습적인 선제공격으로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스라엘의 주요도시가 헤즈볼라의 공격에 노출된다면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전면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아주 커진다.
그렇게 되면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헤즈볼라와 동시에 전쟁을 치러야 하고 이는 곧 이란에게 ‘하나예 암살 보복’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앞서 지난 2006년에도 대규모 공습을 갑자기 받은 헤즈볼라는 즉시 보복했지만 이스라엘 북부 공격을 택했다. 이날 한차례 주고 받은 대규모 공방으로 대규모 공습 가능성은 일단 다소 낮아졌다.
이스라엘군은 선제공격 뒤 예상되는 반격에도 충분히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5일 “헤즈볼라의 드론을 모두 격추했다”고 밝혔다.
그는 자국에 대한 위협이 포착되면 선제공격도 가능하다고 거듭 경고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베이루트의 나스랄라와 테헤란의 하메네이는 이것이 북부 전황을 바꾸고 주민들을 안전히 귀환시키기 위한 또 다른 단계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라며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