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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윤호 기자] 2014년 판사정원법 개정 이후 법관 충원이 제자리걸음인 반면, 고난이도·고분쟁성 사건이 증가하면서 재판 지연도 잦아졌다. 이는 결국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현재 전국의 판사 정원은 3214명이며, 현원은 3105명이다. 판사 정원은 2014년 판사정원법 개정이후 2019년까지 단계적 증원을 완료한 이후 동결 상태다. 현재 결원율은 3.39%(109명)인 최저수준으로, 사실상 퇴직법관 수만큼만 신규법관을 임용할 수 있어 정원 증원이 시급하다. 1990년 이후 1~4년마다 판사정원법이 개정됐고 그 개정 간격이 가장 길었던 2014년에도 9년 만에 개정이 이뤄진 바 있으나 현재는 10년째 증원개정이 없던 셈이다.
반면 사회가 고도화됨에 따라 사건수는 물론 경제사범 등 처리시간이 많이 걸리는 사건 역시 급증했다. 고난이도고분쟁성 사건에 해당하는 민사중액 이상 사건의 2023년 접수건수가 2017년에 비해 약 16% 이상 증가했음에도 법관수가 묶이면서 2023년 민사합의 사건처리기간은 2017년에 비해 약 61.4% 늘었다. 2023년 민형사 미제사건 수(소액 제외)는 2017년에 비해 약 28.6% 증가했으며, 2023년 장기미제사건 수는 2017년에 비해 약 2.38배나 늘었다.
또 인신보호사건과 소년보호사건·성년후견사건이 증가해 법원의 인권보장후견적 역할은 확대됐으며 압수수색 검증영장 접수건수는 2017년 20만4263건에서 2023년 45만7163건으로 늘었다. 개인회생 및 법인파산 사건도 2017년 대비 작년 각각 1.5배,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사법제도의 변화도 재판지연을 가중시키고 있다.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증거능력에 관한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법관의 피고인 신문과 조사자 등 증인신문이 필요하고,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19세 미만 성폭력범죄 피해자에 대한 증인신문도 필수가 됐다.
이에 비해 법조일원화제도 시행 이후 법관 고령화는 가속됐다. 전체 법관 평균연령 2010년 38.9세에서 2023년 44.6세로 증가했다. 40세 이상 법관 비중은 2010년 44.9%에서 2023년 70.3%까지 급증했다.
신규법관은 2012년 30세 미만 54.3%, 40세 이상 1.2%에서 2023년 30세 미만 0.3%, 40세 이상 10.7%로 변화됐다. 육아휴직이 보편화되면서 이를 사용한 법관은 2010년 47명에서 2023년 219명으로 증가했고, 육아기 단축근무법관이 최근 3년간 매년 20명 이상에 달한다.
이같은 법관부족은 경제사건 등 대규모 사건에 대한 재판을 지연시켜 국가경쟁력과 경제발전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법조계 분석이다.
법원행정처 판사는 “재판 중인 법률관계의 불확실성 증가, 재판대상재산의 유동화 불가, 경제활동전반의 법적 안정성예측가능성 하락, 기업활동에 대한 법적 보호 저하는 기업과 외국인의 투자 위축으로 국가경쟁력을 하락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 인도의 경우 1년간 미제사건이 5000만건(2022년 기준), 재판기간이 30년 이상 걸린 사건이 16만 9000건에 달해 심각한 기업외국인 투자 저해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