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 사태 장기화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29일부터 총파업 시작을 예고한 가운데 25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 보건의료노조 총파업 현수막이 붙어있다.[연합] |
[헤럴드경제=이용경 기자] 간호사 등 의료종사자들로 구성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29일 총파업 돌입을 예고한 가운데 조정 기간인 28일 자정 전까지 극적으로 노사 합의에 이를 경우 총파업을 철회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이미 노조 산하 중앙대의료원 등 7개 병원도 노동위원회의 노사 조정안을 수락한 상황에서 중노위 조정 절차를 밟고 있는 지방의료원과 민간중소병원 상당수도 이날 안에 일거 합의에 이를 수 있어 파업 철회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의료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와 지방노동위원회에서 각 진행된 보건의료노조 조정회의에서 7개 병원(11개 사업장)이 임금 및 단체협약 조정안을 수락하며 교섭이 타결됐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교섭타결 사업장은 중앙대의료원(2개 사업장)과 고려대의료원(3개 사업장), 이화여대의료원(2개 사업장), 한국원자력의학원, 국립중앙의료원, 서울특별시동부병원, 대전을지대병원 등 11곳이다.
앞서 노조는 지난 13일 임단협이 결렬되면서 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조정을 신청한 이후 19~23일 61개 병원 사업장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실시했다. 그 결과 찬성률 91.11%로 총파업이 가결됐다. 이들은 ▷조속한 진료 정상화 ▷불법의료 근절과 업무 범위 명확화 ▷인력확충 ▷주4일제 시범사업 ▷간접고용 문제 해결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환경 ▷총액 대비 6.4% 임금인상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노동위원회는 15일의 조정기간 동안 노사 간 자율교섭과 2차례 조정회의를 통해 7개 병원에 대해 조정안을 제시했고, 이날 오전 9시께 7개 병원 노사는 23시간에 걸친 밤샘 협상을 거쳐 조정안을 수락했다.
이 같은 교섭 타결에는 간호법 제정안의 국회 통과 전망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오전 입장문을 내고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여야 합의와 법안심사소위 통과를 적극 환영한다”며 “여야가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합의점을 마련한 것은 노사 교섭 타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핵심 요구안 중 하나였던 진료지원(PA) 간호사 제도화가 해결되면서 나머지 쟁점 사안들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교섭을 통해 합의점을 마련해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오후 본회의 상정 예정인 간호법 제정안은 PA간호사의 의료행위를 법으로 보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약 1만6000여명에 달하는 PA간호사는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인한 의료공백 상황에서 의사들의 업무 일부를 대신하고 있으며 간호업계는 간호법 제정을 통해 이들에 대한 법적 보호를 요구해 왔다.
당초 보건의료노조는 노사 협상이 타결되지 않는 경우 저녁 6시부터 각 의료기관별로 총파업 전야제를 개최하고 29일 오전 7시를 기점으로 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었으나, 일부 사업장에서 임단협이 타결되면서 간호사 총파업에 따른 의료대란 상황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보건의료노조가 이날 오전부터 진행 중인 지방의료원 26곳과 민간중소병원 10곳의 중노위 조정 절차 역시 노사 합의에 이를 경우 61곳(공공병원 31곳·사립대병원 30곳) 병원 사업장 중 절반 이상인 36곳이 파업을 일거 철회할 수 있다. 지방의료원 26곳과 민간중소병원 10곳은 각기 하나의 요구안으로 교섭을 시작해 동시 타결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박민숙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은 이날 오전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간호법이 통과되는 것은 무척 긍정적이고 다행스럽게 보고 있다”며 “다만 교섭에서 일부 긍정 영향은 있겠지만, 이 밖에도 정당한 보상이나 인력 충원 등 노조의 핵심 요구안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까지 아울러 조정 절차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박 부위원장은 “오늘 오전부터 중노위에서 지방의료원 26곳과 민간중소병원 10곳에 대한 쟁의조정 절차를 밟고 있다”며 “의료공백 상황이던 지난 6개월 간 간호사를 비롯한 현장의 보건의료 노동자들은 환자 곁을 떠나지 않았다. 그 부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합의를 도출해 노사교섭 타결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조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