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만 4개?…‘텔레그램’ 두로프가 ‘시민권 부자’인 이유 [세모금]

지난 2017년 8월 텔레그램의 공동 설립자 파벨 두로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한 모습. [AFP]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최근 프랑스에서 체포된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 텔레그램의 파벨 두로프 최고경영자(CEO)가 시민권만 4개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두로프가 프랑스를 포함한 러시아, 아랍에미리트(UAE), 세인트키츠 네비스 등 총 4개의 시민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두로프가 사업과 자유로운 국가 이동을 이유로 여러 나라의 시민권을 획득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국기. [123rf]

러시아 태생인 두로프는 2006년 러시아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 프콘탁테(VKontakte·VK)를 설립하며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에 비견되는 정보기술(IT) 업계로 떠올랐다. 하지만 2014년 VK의 야당 커뮤니티를 폐쇄하고 앱 사용자의 암호화된 데이터를 제공할 것을 러시아 정부가 요구하자 VK 지분을 매각하고 러시아를 떠났다.

두로프는 러시아를 떠나기 전부터 이미 다른 나라 시민권을 얻기 시작했다. 카리브해 섬나라 세인트키츠네비스 시민권은 2013년 그 나라 설탕 산업에 25만달러를 기부하고 획득했다.

세인트키츠네비스 국기. [123rf]

미 ABC 방송은 두로프의 세인트키츠네비스 시민권과 관련해 “세인트키츠네비스는 부유한 사람들을 위한 조세 피난처로 알려진다”며 “다른 나라로 여행하기 어려운 여권을 가진 사람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네트워크 ‘인터내셔널 웰스(Internationalwealth)’는 “두로프는 세인트키트네비스 시민권을 획득함으로써 소득세, 상속세 및 자본 이득으로부터 자유를 얻었다”며 “최근 세인트키츠네비스는 암호화폐 커뮤니티와 암호화폐 친화적인 국제 은행으로 유명해지기도 했다”고 분석했다.

두로프도 지난 2017년 “카리브해 섬나라에 가본 적도 없고 여행할 계획도 없지만 세인트키츠네비스 여권으로 비자 없이 EU와 영국을 여행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한 바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국기. [123rf]

두로프는 러시아를 떠난 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텔레그램 본사를 설립했다. 2021년 2월 UAE 시민권을 획득하는데 성공했다.

UAE는 2021년 국가법 개정으로 높은 수준의 투자와 재능을 가진 이들에 한해 특별 시민권을 부여하고 있다. 예술가, 의료인, 엔지니어 등 고급 인재와 자산가를 불러 들이기 위한 전략이다.

프랑스 국기. [123rf]

두로프는 UAE 시민권을 획득한 같은 해 8월 프랑스 시민권도 손에 넣었다. 프랑스에 기여한 외국인을 위한 특별 절차를 통해서다.

이에 대해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어를 배우기 위해 노력하면서 부를 창출하는 예술가, 스포츠맨, 기업가들에게 프랑스 시민권을 부여하기 위한 전략의 일부”라며 “과거 이반 슈피겔 스냅 CEO처럼 프랑스어를 배우기 위해 노력한 두로프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것이 프랑스의 국익을 위해 좋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국적의 스피겔 CEO도 같은 이유로 지난 2018년 프랑스 시민권을 부여받은 바 있다.

다만 두로프가 어떤 부분에서 프랑스에 기여를 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두로프가 이처럼 여러 개의 시민권을 획득한 것은 사업적 이점 때문으로 분석된다. ABC 방송은 “두로프가 가진 여러 시민권은 그가 텔레그램을 운영하는데 보호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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