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협)가 9일 의대증원 백지화가 전공의 복귀를 위한 최소조건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사진은 지난 8월 단식투쟁을 진행하던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의 모습.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대한의사협회(의협)가 9일 의대증원 백지화가 전공의 복귀를 위한 최소조건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의협은 2025년과 2026년 의대증원을 취소하고, 2027년 정원부터 논의하자고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제안했다.
의협은 이날 ‘의료정상화를 위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면서 “의료현장의 위기는 점점 심해지고 있다”며 “추석이 끝이 아니고, 응급실만의 문제도 아니다.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후에 대학병원들의 진료는 한계에 달했고, 남아있는 의료진은 하루하루 지쳐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위기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전공의들의 복귀”라며 “그들(전공의들)은 떠나면서 7가지 요구를 했는데, 그 중 첫번째가 의대 증원 및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전면 백지화다. 2025년을 포함한 의대 증원 취소가 없으면 전공의들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협은 정부를 향해 “2025년을 포함해 모든 증원을 취소하고 현실적으로 논의가 가능한 2027년 의대 정원부터 투명하고 과학적 추계방식으로 양자가 공정하게 논의할 것을 제안한다”며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등 국민 폐해가 확실한 정책 모두를 폐기하고, 의료 정상화를 위해 진정성을 갖고 대화에 임할 것을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의협은 “백보를 양보해서 정부가 맞다고 해도 2025년과 2026년 증원을 안 할 때 7년 후 의사 수의 (증원을 할 때와의) 차이는 2% 정도에 불과하다”며 “의대 증원 2년 연기의 사회적 비용은 매우 적다. 국민 생명을 담보로 의료현장의 위기를 초래할 만큼 의대 증원이 시급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는 수험생의 혼란을 얘기하지만,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증원 취소는 수험생과 학부모님들도 이해해 주실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의협은 “올해 증원을 강행하면 내년부터 수년간 의대와 수련병원의 교육은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없다”며 “휴학 중인 의대생들이 돌아오면 도저히 정상적인 교육이 불가능하다. 내년에 입학하는 신입생들이 휴학에 동참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의료계에 합리적인 안을 제시해달라고 요구한 정부에 “합리적인 단일안을 내기 바란다”고 제안했다.
비대위는 “여러 의대 교수들이 그간 과학적 근거에 의한 합리적 의대정원 결정을 주장했지만, 정부는 일관되게 제시한 의료계의 의견을 무시했다”며 “정부가 과학적 분석에 기반한 의료인 수요추계를 제시해 더 이상 논란을 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태의 본질은 의대 증원이 아니라 2020년 의-정 합의안의 일방적인 파기로 대표되는 신뢰의 붕괴”라며 “정부가 과학적 수급 분석을 근거로 필요한 최소한도의 규모로 의대 증원을 결정했다면 그 근거를 공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