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디지털 성범죄 ‘위장수사’ 경찰 예산, 절반 깎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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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디지털 성범죄가 늘고 있지만 지난 3년 간 경찰청에 배정된 예산은 당초 경찰청 요구 예산안에 비해 크게 삭감된 것으로 파악됐다. 기획재정부 검토 단계에서다. 특히 디지털 성범죄 수사에 필수적인 위장 수사 예산은 항목에 따라 요구한 예산의 절반 가량만 배정된 경우도 있었다. 정치권에선 ‘범죄 예방을 위해 예산 확충이 필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디지털 성범죄 위장수사 지원 예산 및 책정 예산’에 따르면 2024년에 배정된 디지털성범죄 예방에 배정된 예산안 규모는 5억9300만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022년 경찰청은 관련 예산으로 8억4900만원이 필요하다고 기획재정부에 요청했으나 1600만원 감액된 8억3300만원이 반영됐고, 2023년에는 9억7200만원을 요구했으나 5억9600만원을 지원받는데 그쳤다.

경찰청이 제출한 디지털 성범죄 관련 예산 항목은 ▷디지털성범죄 수사역량 및 피해자 보호 ▷위장수사 ▷불법촬영물 추적 시스템 ▷사이버 불법정보 대응 공조시스템 ▷성폭력 수사 수사 장비 등 보급으로 나뉜다.

경찰 위장 수사 예산도 기재부 심사서 ‘반토막’

디지털 성범죄 발생 예방과 신속한 증거 수집에 필요한 ‘위장수사’에 예산은 큰 폭으로 깎였다. 경찰청은 지난 2023년도 필요 예산으로 5억1500만원을 기재부에 요구했으나, 1억5500만원만 배정됐다. 위장수사지원 소프트웨어 구입 비용 3억3000만원, 위장수사관 전문 상담 및 적성검사 비용 3000만원이 반영되지 못한 것.

경찰청은 “위장 수사 관련 필요 예산의 경우 기재부와 협의를 거쳤으며, 이후에는 장비 구입 부분이 빠진 것”이라면서 “2022년도 예산의 경우 2억200만원을 요청했으며, 위장수사관들이 쓰는 차량 임차 비용 등 7000만원이 증액된 2억7200만원을 교부 받은 바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의 경우 지난해(1억5500만원)보다 300만원 줄어든 1억5200만원이 배정됐다.

기획재정부는 “(위장수사를 위해) 이전에 구입한 장비의 경우 일회성으로 쓰이는 것이 아닌 계속 쓸 수 있기 때문에 엄밀히 말해서 예산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라며 “아동 성착취물 삭제 차단을 위한 국제 대응 플랫폼 예산이 9000만원이 추가되는 등 2025년도 예산안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위장 수사’로 검거된 인원은 2021년 83명(51건 수사)에서 2023년 571명(190건 수사)로 약 6배 정도 증가했다. 효율성이 입증된 셈이다. 신성원 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지난해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성범죄에 관한 연구’ 논문에서 “디지털 성범죄 전담 수사 인력의 충원 및 예산, 수사 장비의 확충 없이는 디지털 성범죄의 증가 추세를 억제하기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한 바 있다. 현재 전국 18개 시·도 경찰청 사이버성폭력 수사팀 인력은 2022년 109명(22개팀), 2023년 112명(22개팀), 2024년 131명(26개팀) 등 수준이다.

김종양 의원은 “최근 몇 년 간 급증하는 디지털 성범죄로 인해 많은 국민들께서 공포와 불안에 떨고 있지만, 디지털 성범죄 수사 관련 예산이 매년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 며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무차별 디지털 성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예산을 적극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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