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번호 분석’이 투자 사기의 시작이었다[사기의 덫②]

로또 번호를 분석해 제공한다고 홍보하는 카카오톡 오픈채팅 사례. 접근하면 여러 구실을 대며 투자를 유인할 가능성이 높다.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사기 범죄는 진화한다. 정교하고 치밀한 수법을 동원한 금융사기는 증가 추세다. ‘사기의 대상’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남녀노소, 직업을 가리지 않고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심지어 변호사나 경찰관이 사기 피해를 당하기도 한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최근 기승을 부리는 사기 유형은 ▷불법 투자리딩방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연애빙자사기(로맨스스캠) 등이다. 이들 3개 유형은 올해 1~8월 사이 1만8797건 발생했고, 피해금액은 9794억원에 달한다.

이 중에서도 피해금액 규모가 가장 큰 유형은 단연 투자리딩방(5340억원)이다.

투자리딩방의 작동 방식

시작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네이버밴드 등이 대표적인 투자리딩 사기가 시작되는 공간이다.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투자 전문가, 스포츠 스타, 연예인 또는 은행이나 증권사를 사칭한 광고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김미경 강사, 존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등이 사기범죄에 얼굴이 도용되는 피해를 입었다.

유명인을 도용해 신뢰를 얻는 방식 외에도, 투자 리딩방으로 끌어 들이는 ‘미끼’는 아래와 같이 다양하게 파생된다.

▷‘주식 코인 피해자 모임’
이미 코인 사기를 당했던 사람들을 현혹. “피해금 회복을 위해 집단 소송을 도와주겠다”며 피해 진술서를 작성하게 하고, 허위 보상확약서도 받아다 주며 라포르(신뢰관계)를 형성. 이후 이 신뢰를 바탕으로 “믿을 만한 투자 기회”라며 신규 상장주 매수를 추천한 뒤 돈을 편취하는 방식
▷‘무료 로또 번호 추천’
매주 당첨 확률이 높은 로또 번호를 추천하겠다는 구실로 카카오톡 채널로 유인. “로또 번호 추천을 받으려면 전자복권 사이트(허위 사이트)에 가입해야 한다”고 유도. 해당 허위 사이트에서 ‘파워볼 게임’을 추천하며 피해자가 소액의 수익을 얻게 함. 이후 피해자에게 더 큰 수익을 제시하며 베팅 금액을 높일 것을 유도.
투자를 권유하는 알 수 없는 번호로 발송된 문자 메시지 [경찰청 제공]
로또 당첨번호 제공으로 유인한 뒤 파워볼이란 게임 투자를 유도하는 대화 내용 [경찰청 제공]

투자 리딩은 소액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실제로 약간의 수익이 발생하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피해자가 수익금을 출금할 수 있게 열어준다. 투자한 금액의 10%를 포인트로 제공하기도 한다. ‘금세 부자가 되겠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면, 위험한 미끼를 덥썩 문 것이다. 이제 사기범은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얘기하며 투자금을 키우라고 유인한다. 그러고선 종국에 그들은 안면몰수한다.

70대 남성 A씨의 사례는 대표적인 투자 리빙방 사기다. A씨는 휴대전화로 날아온 주식 투자 문자를 보고,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접속했다. 거기서 유튜브 방송 채널까지 안내받았는데 투자를 하려면 ‘○○Cash(허위 투자사이트)’ 앱을 다운받아 설치해야 한다고 했다.

이후 사기범이 소개한 유튜브 방송에서 “비상장 코인 종목이 해당 앱에서 수일 만에 상장되어 1400%의 수익이 났다”는 가짜 정보를 보고 투자에 나서기 시작했다. 허위 투자사이트 앱을 통해 투자하니 실제 수익이 났다. 하지만 해당 사이트에선 수익금을 인출하려면 수익금의 30%를 지정한 계좌로 송금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이 거짓말에 속아 A씨는 총 11억1293만원을 이체했지만,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사기범들이 ‘원금보장·고수익’이란 달콤한 용어를 쓰지만, 실제 수익을 창출할 수단은 없고 다른 사람의 돈으로 먼저 투자한 사람들에게 수당을 주는 돌려막기에 불과하다”며 “안전하게 투자하려면 검증된 증권사 등 제도권 금융회사를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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