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소재 유엔본부 건너편에 뉴욕 경찰 순찰차가 주차해 있다. 가자 전쟁 발발 이후 맞는 첫 유엔총회 고위급 회의로, 뉴욕시는 비상 경호 체제에 돌입했다. [AP] |
세계 정상급 지도자들이 방문하는 유엔총회 고위급 주간을 앞두고 미 비밀경호국(SS)과 뉴욕경찰(NYPD) 대테러팀 등이 최첨단 보안 장비를 가동하며 비상 경호 체제에 돌입했다. 가자 전쟁 발발 이후 맞는 첫 유엔총회 고위급 주간으로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정상이 동시에 방문하는데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암살 미수 사건까지 발생해 경호 이슈가 더욱 커졌다.
22일(현지시간) AP 통신 등 보도에 따르면 미국 비밀경호국은 뉴욕 맨해튼 유엔본부 건물 지하에 ‘브레인 센터’를 두고 24일부터 30일까지 유엔총회 고위급 주간에 대비해 실시간으로 보안 위협에 대응하고 있다.
193개 유엔 회원국 정상과 총리, 장관 등 각국 대표가 차례로 총회장 연단에 올라 연설하는 연례 핵심 행사인 유엔총회 일반토의는 올해 각국 정상 87명을 포함해 부통령, 왕세자, 정부 수반 등 정상급 지도자 140여명이 총회장을 찾아 연설할 예정이다.
유엔총회 고위급 주간은 매년 9~10월 1주일간 뉴욕시 일대를 ‘교통지옥’으로 만드는 행사로 악명이 높다. 각국 정상이 이동할 때 도로 통제와 차량 경호를 제공하고 유엔본부 일대 인근 주요 도로의 통행을 차단해서다.
올해 유엔총회 고위급 주간은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촉발된 가자 전쟁이 발발한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고위급 행사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레바논에서 발생한 무선호출기·무전기 동시 폭발 사건 이후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갈등이 증폭된 상황이어서 국제사회의 긴장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것도 경호 강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방문 명단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 분쟁 지역 지도자가 대거 포함돼 미 경호 당국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15일 플로리다주 골프장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가 발생한 것도 경호 당국의 부담을 가중하는 요인이다.
미 경호당국은 올해도 140여명의 정상급 지도자가 숙소나 회의장, 행사장을 오갈 때마다 같은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도로 뿐 아니라 뉴욕경찰 소속 헬기들이 상공에서 지상 상황을 감시하고, 해안경비대는 유엔본부 인근으로 선박 접근을 차단한다. 고위급 주간에는 항공기도 인근 상공을 지날 수 없다.
한편 이번 유엔총회에 참석하는 각국 정상은 미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만나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CNN 방송에 따르면 수십 개 국가가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공식, 비공식적으로 면담을 요청했으며, 일부 국가는 면담을 성사하기 위해 자국 일정을 조정하겠다고 제안했다.
현재까지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을 둘 다 만나기로 확정된 외국 정상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유일하다. 해리스 부통령은 26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하는데, 이번이 7번째 만남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보다 앞선 23일에는 워싱턴D.C.에서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과 회담할 계획이다. UAE는 미국이 가자지구 전쟁을 끝내고 중동을 안정화하는 데 필수적인 협력국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2일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에서 카타르의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국왕과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총리를 만났다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적었다. 이번 주 중에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만난다.
트럼프 대선 캠프와 가까운 소식통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전에 발표하지 않고 정상들을 만날 수 있다고 밝혔다.
CNN은 외국 정상과 회담이 후보의 외교 전문성을 부각하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두 후보 모두 그럴 필요를 특별히 느끼지 못한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유권자에게는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 전쟁 같은 세계 문제보다는 경제, 이민, 낙태 등 국내 현안이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에 유엔총회 참석은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김영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