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한 학원이 의대반을 홍보하고 있다. 박혜원 기자 |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5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서울대 1학년 휴학생이 2학기 들어 800명대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자연계열 1학년은 4명 중에 1명꼴로 휴학한 데다 수의과대와 약학대 등 의학계열까지 대거 휴학에 들어섰다. 입시 업계에서는 이들 대부분이 의대 입시에 뛰어든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대·고민정 의원실 자료] |
24일 국회 교육위원회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서울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학교 2학기 개강을 앞두고 휴학 신청이 진행 중인 가운데, 지난 20일 기준 1학년 휴학생은 813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1학기 1학년 휴학생 673명에서 140명이 더 늘어난 규모다.
학년별로 보면 2학기 휴학생은 ▷1학년 813명 ▷2학년 1541명 ▷3학년 1316명 ▷4학년 915명으로 총 4585명으로, 전제 재학생(2만701명)의 22.1%에 달한다. 1학기의 경우 ▷1학년 673명 ▷2학년 1658명 ▷3학년 1342명 ▷4학년 1206명으로, 총 전체 재학생(2만1635명)의 22.5%(4879명)였다.
전체 숫자로 보면 300명 가까이 줄었지만, 이는 2~4학년 휴학생이 모두 줄어든 가운데 1학년 휴학생만 늘어난 영향이다. 서울대 16개 단과대 중 4개 단과대(경영대·미술대·음대·의대)를 제외한 모든 단과대에서 2학기에 1학년 휴학생이 늘었다.
수험준비를 하는 학생들의 모습 [연합] |
종로학원이 제공한 2024학년도 서울대 학과별 선발인원과 휴학생 규모를 따져본 결과. 자연계 1학년은 4명 중 1명꼴로 휴학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계는 단과대 소속 학과가 모두 자연계인 ▷공과대학 ▷자연과학대학 ▷첨단융합학부를 대상으로 분석했다.
공과대는 올해 852명을 선발해 이중 27%(226명)이 휴학했다. 자연과학대는 254명을 올해 선발했는데 26%(66명)이 휴학했으며 첨단융합학부는 218명을 선발해 17%(36명)이 휴학했다. 이들 3개 단과대 휴학을 합쳐서 보면 선발인원 1324명 중 25%(328명)이 휴학했다.
의대를 제외한 다른 의학계열에서도 1학년 휴학생이 늘었다. 특히 간호대는 선발인원 63명의 63%에 달하는 40명이 휴학했다. 수의과대와 약학대는 각각 40명, 63명 중 40%(16명), 12명(19%)가 휴학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100% 의대 입시를 염두에 두고 준비하는 인원으로 보면 된다”고 분석했다. 간호대의 경우 여기에 의정갈등 국면에서 경영이 어려워진 병원들이 간호사 채용을 대폭 줄인 영향까지 겹쳤다.
서울대 내부에서도 이 같은 추세는 사실상 막을 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첨단융합학부는 첨단 인력 양성을 위해 30년 만에 정원을 늘려 만든 218명 규모의 대형 학부인데, 의대 입시로 인재 이탈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입시 업계에 따르면 첨단융합학부 선발 당시 면접 질문으로는 ‘의대 반수를 염두에 두고 있느냐’는 등 의대 이탈 가능성이 있는 지원자를 추려내기도 했다. 서울대의 한 공과대학 소속 교수는 “공대 교수들 사이에선 나같아도 아들 의대 보낸다, 손 쓸 수가 없다는 자포자기 분위기가 강하다”고 털어놨다.
한편 2025학년도 입시 일정이 시작돼 최근 수시 원서접수 일정까지 마무리된 가운데, 입시 업계에선 올해를 의대 입시에 도전할 수 있는 사실상의 마지막 기회로 보고 있다. 정부는 내년을 시작으로 매년 증원을 이어간다는 계획이지만 의료계 반발이 계속되고 있어 2026학년도부터는 의정 합의에 따라 증원 규모가 대폭 줄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