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25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서 열린 '세수 재추계 결과 발표 브리핑'에서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정부가 올해 걷힐 것이라고 예상했던 세수를 다시 따져본 결과 올해 국세수입이 당초 예산보다 30조원 가까이 덜 걷힐 것으로 분석됐다. 법인세 감소가 주요인이다. 쓰겠다고 계획했던 것보다 쓸 수 있는 정부 예산이 30조원 가까이 부족해지면서 재정당국은 인위적 불용에 대해서까지 그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만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기획재정부는 26일 발표한 세수 재추계 결과를 보면 2024년 국세 수입이 당초 예산 대비 29조6000억원 부족한 337조7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세수 오차율은 8.1%다. 2023년 세수 부족이 56조4000억원에 달했던 것보다는 줄었지만, 여전히 대규모 오차율을 기록한 셈이다. 예산 대비 실제 수입이 부족한 결손 기준으로는 매우 큰 규모의 오차다.
지난해 기업 영업이익이 큰 폭 하락하면서 법인세 수입이 급감한 탓이 컸다. 법인세는 기업 실적 감소로 중간 예납 신고금액이 전년 대비 1조9000억원 줄었고, 상장사 영업이익은 2022년 84조원에서 2023년 46조9000억원으로 44.2% 감소했다. 또, 3월 법인세 신고 당시의 감소세가 8월 중간예납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고금리로 부동산 거래가 부진해지면서 양도소득세를 포함한 자산 관련 세수도 급감했다. 유류세 인하 연장과 긴급 할당관세 조치도 교통세와 관세 수입에 영향을 미쳤다. 세수가 예상을 크게 밑돌면서 정부 적자 살림도 더욱 확대됐다.
그러나 재정당국은 추경 편성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 “추경을 자주 쓰는 건 좋지 않은 방식”이라며 “정부 입장은 가능하면 가용 자원을 총 동원해서 지출 계획을 잡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인위적인 불용 발생 우려에 대해 “재정대응 방식에 따라 어려가지 방안이 동원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각 정부 부처가 계획한 사업 중 예산 부족으로 접는 사업도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지방교부세(금) 집행 등의 구체적인 방안은 국회의 지적사항 등을 충분히 고려해 관계부처 협의 등을 통해 마련하고 이를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정 실장은 세수 오차가 적지 않게 발생한 것에 대해 "엄중하게 생각하고 책임감 느낀다"고 말했다. 재정당국은 세수추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당장 제도적으로 법인세수의 변동성을 축소하기 위한 공시대상기업집단의 중간예납 시 가결산 의무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내년부턴 세수추계가 시작되는 거시지표 전망·모형설정 단계부터 세입예산안 편성까지 국회 예산정책처, 조세재정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세수추계 전문기관이 세수추계 모든 단계에 참여토록 개편한다. 기재부는 “세수추계 전문기관의 객관적이며 전문적인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