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 저조한 퇴직연금 수익률…“기금형 중심으로 개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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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퇴직연금의 노후 소득 보장 기능을 강화하려면 물가상승률조차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극히 저조한 투자수익률을 높여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퇴직연금 운용 지배구조를 이른바 ‘기금형’ 중심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26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국민연금연구원의 이동화·이예인 연구원은 ‘퇴직연금제도의 노후소득 보장 기능 확대를 위한 대안 분석’ 연구 보고서에서 이같이 제안했다.

장기간 아주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퇴직연금 운용수익률은 퇴직연금제도의 만성적인 고질병으로 꼽힌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의 2023년 자료를 보면, 2022년 수익률은 0.02%에 그쳤다. 5년, 10년 평균 수익률도 각각 1.51%, 1.93%로 매우 낮았다.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등 다른 공적 연금들이 2015년부터 2022년까지 8년간 5% 안팎의 연평균 수익률 성과를 달성한 것과 비교하면 3~4%포인트나 낮은 실적이다.

이처럼 퇴직연금 운용수익률이 국민연금 등 주요 공적연금보다 떨어지는 까닭으로 전문가들은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적립금을 은행예금 등 ‘원리금 보장형 금융상품’에 주로 투자하는 점을 꼽는다.

실제로 고용노동부·금융감독원(2023년)에 따르면 퇴직연금제도 전체 적립금에서 원리금 보장형 상품의 투자 비중은 88.7%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주요 공적연금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국내 주식, 해외주식, 대체투자 등 위험자산 투자 비중이 6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연구진은 원리금 보장형 상품 중심의 투자행태가 지속되는 원인으로 가입자의 투자에 대한 무관심을 지목했다.

퇴직연금 중 근로자 개인이 운용책임을 지는 확정기여형(DC, Defined Contribution)의 경우 가입자의 83%는 1년 동안 상품을 변경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DC형 퇴직연금 적립금을 별도의 전문 운용조직이 책임지는 ‘기금형’ 중심으로 운용 지배구조를 바꾸는 방안을 제시했다.

‘기금형’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처럼 투자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된 별도의 중개 조직이 투자정보가 부족한 회사나 근로자 본인을 대신해서 적립금을 관리하면서 집합적으로 투자하거나 민간 금융기관인 퇴직연금 사업자를 상대한다.

이와 달리 ‘계약형’은 가입자가 민간 금융기관인 퇴직연금 사업자와 직접 계약을 맺고 스스로 알아서 투자 상품을 선택해서 적립금을 운용해야 한다.

기금형은 공공기관이든 민간기관이든 대형 중개조직이 가입자의 적립금을 모아서 기금을 만들고, 이를 가입자의 이익을 위해 운영하는 만큼 정보 비대칭에 따른 가입자의 투자정보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규모의 경제 이익을 실현해 투자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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