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교외 모와드 지역의 한 건물이 붕괴되자 주민이 급히 대피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헤즈볼라와 관련해 이달 초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직후 이란에 대한 보복전을 예고한 상태다. [AFP] |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대한 보복 방침을 밝힌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 시설을 타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관련 논의 중이라고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언급한 논의가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 시설을 공격하는 것을 의미하는지 불분명한 가운데 국제유가는 5% 넘게 폭등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와 조지아주 허리케인 피해 지역 방문을 위해 출발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 시설을 타격하는 것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그것에 대해 논의 중(in discussion)이다. 제 생각에 그것은 좀…”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이란을) 보복 공격하는 것을 허용하느냐’라는 질문에는 “우리는 이스라엘에 허가하는 것이 아니라 조언하고 있다”고 말한 뒤 “오늘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하는 방안을 지지하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내 답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는 이스라엘이 무엇을 하려는 지에 대해 이스라엘과 논의할 것”이라면서 “주요 7개국(G7)은 이스라엘이 대응할 권리가 있지만 (이란의 공격에) 비례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사브리나 싱 국방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대통령 발언의 성격을 규정하지 않겠지만,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해 어떤 대응을 하든 우리는 그 논의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거기에 이란의 석유 시설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이란에 대해 어떤 대응을 할지 논의하는 것 이상은 말할 수 없다”면서 “여기에서 잠재적인 목표가 무엇일지에 대해 구체화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싱 부대변인은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이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이나 유전을 타격하는 것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에도 “가정적인 질문이나 이스라엘의 대응 방향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싱 부대변인은 미국과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수시로 통화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이스라엘이 시리아 다마스쿠스 주거지를 공습해 헤즈볼라 전 수장 하산 나스랄라가 사망한 것에 대해선 “우리도 (이스라엘에) 허를 찔렸다”고 말했다.
이날 미 국무부는 이스라엘이 감행 중인 레바논 지상작전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매슈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레바논 지상작전 개시 뒤 이스라엘과 이와 관련한 논의를 해 왔지만 군사작전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밀러 대변인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단하지 않겠다.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감히 말하자면 이스라엘도 지금 이 시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를 것”이라며 “이 상황이 전개되는 것을 지켜보고 실시간으로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현재로서는 헤즈볼라의 기반시설을 겨냥한 표적 공격을 하려는 이스라엘의 노력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며 “외교적 해결을 원하지만 헤즈볼라의 역량이 저하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G7 정상들은 중동 정세 악화에 깊은 우려를 거듭 표명하면서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G7 정상들은 3일 성명에서 “공격과 보복의 위험한 순환은 중동에서 통제할 수 없는 확전을 부채질할 위험이 있으며 이는 아무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이 지역 모든 당사자가 책임감과 자제력 있게 행동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G7 정상들은 이스라엘의 안보에 대한 약속도 재확인했다.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캐나다·일본 등 G7 정상들은 앞서 이란이 이스라엘에 미사일을 발사한 지 하루 뒤인 2일에도 중동 위기의 외교적 해결을 희망하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채택한 바 있다.
G7 정상들은 당시 성명에서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을 규탄한 뒤 “중동 지역의 갈등은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며 고조된 중동 위기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김영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