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미시간주에서 열린 유세장에서 춤을 추고 있다. [AP]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미국 8개 주에서 비시민권자의 투표를 금지하는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비평가들은 오는 11월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패배할 경우 대선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려는 계획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노스캐롤라이나주와 위스콘신주 등 경합주 2곳을 비롯해 공화당이 지배하는 아이다호주, 아이오와주, 캔터키주, 미주리주, 오클라호마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6개 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도하는 선거 절차 강화 법안을 투표에 부칠 예정이다.
이 법안은 비시민권자가 투표에 참여할 수 없도록 유권자 등록 시 시민권 소유 사실을 증명하게 하자는 내용이다.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제이슨 시몬스 공화당 의장은 “주 전역의 시민들이 선거 절차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개표된 표가 합법적인 표인지 확인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유세장에서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다음으로 ‘도둑질을 막아라(Stop the Steal)’이라는 구호를 자주 외친다. 이는 2020년 미 대선에서 트럼프가 민주당의 조 바이든에게 패배한 후 결과에 불복하며 쓰기 시작한 표현으로, 트럼프가 이겼지만 그 승리를 민주당이 훔쳐갔다는 뜻을 담았다. 여론조사가 어느 쪽으로 기울지 않는 상황임에도 트럼프 지지자들은 부정 투표·개표를 암시하는 구호를 내세우고 있다.
지난 2021년 조지아주의 결선 투표 전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선거 유세장 밖에 ‘도둑질을 막아라(Stop the Steal)’는 문구가 쓰여진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로이터] |
이 밖에도 트럼프 진영은 대선 절차와 관련한 소송을 미 전역에서 100건 넘게 제기했다. 트럼프 측의 소송은 주로 ‘선거권 없는 불법 이민자들이 유권자로 등록했다’는 데 맞춰져 있다. 이들이 이주자 정책에 호의적인 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계획이라는 주장이다.
민주당은 비시민권자 투표가 이미 불법이기 때문에 굳이 유권자 등록 절차를 강화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시민권을 소유한 유권자들도 위축돼 투표를 꺼릴 수 있다는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불법 투표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지만 공화당이 법안을 밀어붙이는 것은 이민 문제를 겨냥한 보여주기라는 비판도 있다. 로이터는 2017년에 공표된 선거 연구자료를 인용해 2500만건 이상의 투표에서 불법 이민자가 투표한 것으로 의심되는 투표지는 30건으로 집계됐다고 설명했다.
공화당 여론조사 전문가 휘트 에어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4년 동안 자신이 패배한 선거를 부정선거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공화당 지지자의 70%가 이를 믿고 있다”고 전했다.
한나 알라리안 플로리다 대학의 정치학 교수는 “이건 우려할 만한 일이 아니다”라며 “이 문제는 전혀 만연해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선거를 감독하는 조셉 모렐 민주당 하원의원은 최근 MSNBC 기고문에서 “트럼프가 퍼뜨리고 있는 비시민권자 투표에 대한 거짓말은 그동안 여러차례 반박됐다”며 “이 거짓말은 유권자들의 마음에 불안을 조성하려는 명백한 시도이며 11월이 되면 부정 선거 주장에 대한 근거로 사용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