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하 국민의힘 의원. [유영하 의원실 제공] |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이하 개보위)의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하 진흥원) 의존증’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매년 예산의 대부분을 진흥원에 출연하며, 개보위의 업무를 사실상 진흥원에 떠맡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유영하(사진) 국민의힘 의원실이 개보위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개보위는 2021~2025년 사업비(기본경비 및 인건비 제외) 예산 총 1694억3300만원 가운데 1487억5400만원(88%)을 진흥원에 출연한 것으로 집계됐다.
개보위가 국무총리 소속 장관급 중앙행정기관으로 격상된 직후인 2021년에는 사업비 194억7600만원 중 184억9700만원(95%)을 진흥원에 대한 출연했다. 진흥원이 개보위가 위탁한 사업을 다른 업체에 재위탁한 규모는 47억9200만원(25%) 상당이다. 2022년에도 사업비 288억9900만원 중 279억9400만원(97%)이 진흥원에 출연됐다.
진흥원은 69억5416만원(24%)을 재위탁했다. 2023년에는 사업비 397억200만원 중 332억2200만원(84%)을 진흥원에 넘겼고, 90억4152원(23%) 상당이 재위탁됐다. 2024년에는 사업비 382억6300만원 중 338억6700만원(89%)이 진흥원에 출연됐고, 61억3299만원(16%) 규모의 사업이 재위탁됐다.
국회에 제출된 2025년 예산도 마찬가지다. 사업비 430억9300만원 중 351억7400만원(82%)를 진흥원 출연 사업이 차지했다.
신규사업으로 새롭게 추진되는 ‘신뢰기반의 인공지능(AI) 개인정보 보호·활용 기술개발(R&D)’, ‘개인정보 사고조사 지원사업’ 관련 예산 전액이 진흥원에 출연됐다.
2001년 9월 말 개인정보보호법이 개정되면서 출범한 개보위는 2020년 8월 장관급 중앙행정기관으로 격상되면서 개인정보 처리 및 보호 관련 정책을 심의·의결하고 이를 감독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장관급 기관으로 격상된 지 5년이 넘었는데도 진흥원에 대부분의 사업을 위탁하는 패턴을 매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진흥 및 인터넷 정보보호 업무를 맡는 진흥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이다.
개보위가 ‘직접 집행’한 사업비는 대부분 용역비용, 구매비용 출장비 등 여비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23~2024년에는 개인정보보호협회, 인터넷진흥원에 출연과 같이 예산을 지급한 사업까지 개보위가 직접 계약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직접 집행 내역’에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유 의원은 “개보위가 중앙행정기관인지, 진흥원이 중앙행정기관인지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라며 “결국 개보위는 국가 예산을 외부업체 및 기관에게 내려주는 부처로 전락했다. 돈만 뿌리고 일은 기관이 대신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진흥원에 대부분 예산을 출연하는 개보위의 예산 집행 방식은 2023년 국회 결산에서도 지적받은 바 있다. 당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결산 보고서를 통해 “한 부처의 포괄적인 사업 대부분을 특정 공공기관에 출연하는 사업방식이 정당화하기는 어렵다”고 꼬집었다. 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