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 소리는 아직 들리지 않았으나 야유 소리 또한 없었다.비난받으며 지휘봉을 잡은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월드컵 예선 3연승으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지난 7월 홍 감독이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된 뒤 한국 축구는 엄청난 풍파를 견뎌야 했다.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에 외국인 감독 선임을 바라던 팬들의 실망감이 더해지면서 홍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확산했다.
후폭풍은 축구판을 넘어 국회와 정부로도 번졌다.홍 감독은 국회 현안 질의에 불려 가 죄인처럼 가시 돋친 질문을 받아야 했다.홍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한 감사를 진행한 문화체육관광부는 ‘절차적 하자’를 발견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몽규 축구협회 회장이 10차 회의 뒤 외국인 감독 후보들에 대한 면담을 진행할 게 아니라 곧바로 홍 감독 선임을 위한 협상을 진행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는 결론도 냈다.
문체부마저도 홍 감독이 1순위 후보가 된 과정엔 문제가 없었다고 인정했으나 그를 향한 비난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홍 감독은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행의 최대 고비로 여겨지던 10월 A매치 2연전을 전승으로 마무리하며 스스로 돌파구를 만들었다.
10일 요르단과의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3차전에서 2-0 완승을 거둔 홍명보호는 15일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치러진 이라크와 4차전에서도 3-2 승리를 거뒀다.
9월 치른 오만 원정 2차전의 2-0 승리를 더하면, 3연승을 달린 홍명보호다.
‘연승 행진’에 팬들의 마음은 상당 부분 누그러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3차 예선 첫 경기였던 팔레스타인과 홈 경기(0-0 무승부)에서는 서울월드컵경기장 전광판에 홍 감독의 모습이 나올 때마다 팬들은 크게 야유를 보냈다.
그동안 한국 축구에서 볼 수 없었던 장면이어서 축구계의 충격은 컸다.그러나 이날 이라크전에선 홍 감독을 향한 야유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물론 그가 박수를 받은 것은 아니다.
홍 감독을 향한 여론의 추는 ‘관망세’ 쪽으로 이동한 거로 보인다.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야유가 없었던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묻는 말이 나왔다. 홍 감독은 “그 이유는 잘 모르겠다”며 활짝 웃었다.
이제 3차 예선은 6경기를 남겨두고 있다.11월엔 쿠웨이트(14일), 팔레스타인(19일)과 연달아 원정 경기를 치른다. 요르단, 이라크보다는 수월한 상대들이다.홍 감독이 연승 행진을 이어가 팬들의 마음을 완전히 돌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