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헤럴드DB] |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의사가 아닌 병원 경영지원회사가 환자 진료비를 결제하고 세무처리를 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의료행위와 관련된 결제 및 세금계산서 발행은 모두 의사 본인이 진행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병원 경영지원회사(MSO·Management Service Oraganization)란 진료나 수술 이외에 병원 경영에 필요한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회사를 말한다. 병원 물품 구매, 시설 관리, 인사, 마케팅, 노무 등을 대신해 준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 이정희)는 최근 의사 A씨가 강남세무서를 상대로 부가가치세 3억 6400여만원과 종합소득세 1억 3600여만원을 취소하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는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의사로 병원 MSO 2곳과 병원관리용역 및 결제대행계약을 체결했다. A씨가 진료를 하면 MSO가 환자로부터 진료비 등을 받고, 전체 대금에서 병원관리용역 및 결제대행 수수료를 뺀 금액을 A씨에게 지급하는 내용이었다. MSO는 환자에게 직접 매출세금계산서나 현금영수증을 발행했고, A씨는 입금된 금액에 대해서만 매출세금계산서를 발행했다.
강남세무서는 2019년 세무조사를 실시해 이같은 거래가 신용카드 위장거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MSO에서 발생한 매출과 비용을 모두 A씨의 것으로 보고 부가세 4억 2100여만원, 종합소득세 3억 300여만원 등 총 7억원이 넘는 세금을 부과했다.
A씨는 조세심판원에 이의를 신청했다. 조세심판원은 A씨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과세당국에 재조사를 명령했다. 강남세무서는 MSO가 환자들로부터 직접 받은 의료용역 대금만을 A씨의 매출로 잡아 부가가치세 3억 6400여만원과 종합소득세 1억 3600여만원을 최종적으로 부과했다. 다만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에 해당한다며 부가세 매입세액 공제를 적용하지 않았다.
A씨는 감액된 세금도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MSO와 정당한 계약을 맺고 이에 따라 세무 처리를 한 것으로,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로 볼 수 없다는 취지였다.
법원은 “이 사건 세금계산서는 사실과 다른 계산서에 해당한다” 세무당국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MSO가 환자로부터 진료비를 직접 받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MSO는 환자에게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주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의료법은 의료인(의료기관)이 아닌 자의 의료행위를 엄격하게 금지한다. 이 사건 거래처(MSO)는 환자에게 직접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아니다”며 “거래처는 의료행위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병원경영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였을 뿐”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A씨는 환자들로부터 의료용역 대금을 직접 지급받고 이에 대한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후 A씨의 매출로 세무 및 회계처리를 해야 했다”며 “거래처(MSO)는 A씨로부터 병원관리 및 결제대행 용역대금을 지급받은 후 이에 대한 세금계산서를 발행해야 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