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주택가 모습.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박준규·이용경 기자] 서울 관악구 주택가 세입자들의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은 지역 교회 목사와 부동산 중개업자 등이 피의자로 검찰에 송치됐으나,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피의자들은 같은 교회 교인들. 실제 건물주인 목사는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고, 교인들이 임대인-관리인이라며 세입자들과 계약서를 작성하고 건물 관리를 맡아왔다. 이곳에 머물렀던 애꿎은 대학생, 사회초년생 수십 명이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은 100여억원에 달한다.
1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서울 관악경찰서는 관악구 봉천동에 있는 다세대주택(빌라) 5채의 ‘전세 사기’에 연루된 실소유주와 임대인·공인중개사 등 6명을 지난 9월 23일 사기,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부동산실명법)·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중앙지검은 한 달 가량 경찰의 수사를 검토한 끝에 지난달 30일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피의자들은 낙성대역 인근 교회 목사인 한모 씨와 이 교회 성도 사이로 알려졌다. 한씨는 문제의 빌라 5채 가운데 4채를 단독을 실소유하고, 나머지 1채는 다른 이와 공동소유했다. 하지만 정작 그는 강모 씨를 ‘바지 사장’으로 내세웠다. 실제 강씨가 세입자들과 임대차 계약을 맺고 세를 내줬다. 이들 2명은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를 받는다.
나머지 피의자들은 세입자들에게 해당 주택을 소개하고 계약을 주선한 중개업자와 관리인이다. 이들은 전세를 중개하는 과정에서 주택의 실소유 관계나 근저당 설정 현황을 정확하게 전달하지 않았다. 특히 한 주택은 상업시설로 등록된 근린생활시설을 주거공간으로 불법 개조했으나 세입자들은 이 사실을 제대로 고지받지 못했다. 이 유형의 건물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보험 대상이 아니어서, 일부 세입자들은 전세보증금 보호망 바깥에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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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 실소유주인 목사 한씨는 대출이자가 낮았던 2020년 전후로 은행 융자를 기반으로 해당 건물을 순차적으로 매입했다. 하지만 재정 사정이 악화되며 대출금 연체가 지속됐고, 근저당을 설정한 은행들이 작년 8월을 기점으로 연달아 법원에 경매 신청을 냈다.
경찰은 실소유주와 임대인이 보증금을 되돌려줄 형편이 못 되는데도 세입자들과 전세계약을 맺은 것으로 봤다. 해당 주택에는 100여명의 세입자가 거주했는데, 연대해서 관악서에 고발장을 접수한 이들은 60여명, 이들의 피해금은 70억원에 달한다.
경찰은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에 대해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 자세한 사정을 이야기할 수 없다”고 했다. 헤럴드경제가 접촉한 피해자들은 이번 사건에 관여한 다른 중개업자들은 이미 부동산을 폐업하고 동네를 떴는데, 이들은 수사 대상에서 빠졌다고 말했다. 목사 한씨의 아들 명의로 된 지역의 다른 주택에서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일이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경찰이 조사를 벌이는 사이 법원 경매에서 낙찰된 일부 주택은 소유주가 바뀌었다. 어떤 새 주인은 기존 세입자들에게 퇴거 요청을 하는 바람에 이곳에 살던 주민 대부분이 다른 지역으로 흩어졌다. 피해자 노모 씨는 “전세금 대출을 상환하느라 고금리로 다른 대출을 받느라 재정 상황이 나빠졌다”며 “현재 개인회생 절차를 밟고 있다”고 했다.
나머지 빌라 세입자들은 아무도 관리하지 않는 방치된 건물에서 지내고 있다. 다른 피해자 김모 씨는 “세입자들이 돈을 걷어서 건물 청소 등 관리를 직접 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