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 병원 문턱 낮춘다” ETRI, 양방향 의료 ‘수어통역’ 기술 개발

ETRI 연구진이 청각장애인을 위한 양방향 의료 수어 서비스 키오스크를 테스트하고 있다.[ETRI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국내 연구진이 청각장애인의 병원 문턱을 낮추고자 사회문제 해결형 연구개발을 통해 ‘따뜻한 디지털 세상’ 구현에 앞장서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충남대학교병원, 한국농아인협회, 이큐포올과 공동으로 청각장애인을 위한 양방향 의료 수어 서비스 키오스크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키오스크 속에 나오는 아바타가 수어를 하면, 청각장애인도 이에 따라 수어로 대화하는 것이다.

ETRI가 개발한 의료 수어 서비스 키오스크는 청각장애인이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할 때 작성해야 하는 문진표를 수어로 이해하고, 수어로 답변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다.

의료 수어 서비스 키오스크는 한글을 읽고 쓰기 어려운 청각장애인들에게 문진표 작성의 부담을 덜어주고, 병원 내 원활한 의료서비스 이용을 가능하게 해줄 전망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감염병 정보와 백신 접종 안내 등 중요한 의료 정보가 다양한 경로로 제공되고 있지만 청각장애인들은 이러한 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청각장애인들에게 의료 분야는 가장 시급히 수어 통역 서비스가 요구되는 영역이다. 그런데도 의료기관마다 수어 통역사를 배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의료진의 마스크 착용으로 인해 청각장애인들이 입 모양과 표정을 볼 수 없어 의사소통이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키오스크는 청각장애인에게 건강검진 사전문진표 작성 시 한국어로 제공된 정보를 아바타 수어로 해석해 준다. 청각장애인은 화면의 아바타를 통해 수어로 문진표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로써 청각장애인들의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키오스크는 청각장애인의 수어를 인식해 한국어로 변환하는 양방향 기능을 제공한다. 청각장애인이 수어로 답변하면, 이를 자동으로 분석해 한국어 텍스트로 변환하여 문진표에 기재한다. 이는 청각장애인이 의료진에게 자신의 건강 상태를 더욱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가 될 것이다.

연구진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한국농아인협회와 공동으로 청각장애인 대상 키오스크 서비스 이용 만족도 조사를 시행했다. 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청각장애인과 의료진 간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양방향 수어-한국어 대화형 통역기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ETRI는 향후 다양한 공공서비스 분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해 정보 취약계층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지속해서 노력할 계획이다.

건강검진 사전문진표 수어통역 키오스크.[ETRI 제공]

키오스크 기계는 농아인이 카메라 앞에서 수어를 할 때 손 모양이나 움직임을 인식해야 하고, 어떤 단어를 표현하는지 자동으로 인식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이 기술에는 ▷영상인식 기술 ▷인체관절 신호분석 기술 ▷한국어-수어간 양방향 변환기술 등이 적용됐다.

연구진은 향후 청각장애인이 불편함 없이 자연스럽게 수어로 대화할 수 있도록, 이 기술을 시제품 형태로 고도화하여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병원실증을 통해 문제점을 추가 확인한 후, 장애인에게 필요한 베리어프리 키오스크 업체나 비대면 예약시스템 기업 등에 기술이전을 통해 전국적으로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이태진 ETRI 미디어연구본부장은 “인공지능 시대에 의료, 생활, 안전 등 필수적인 사회 정보는 누구나 평등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며 “취약계층을 위한 따뜻한 ICT 기술 개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