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11년만에 방한할 듯…“경제 협력 강화” 한중 관계 ‘훈풍’[용산실록]

중국, 2026년도 APEC 의장국 수임 확정
尹, 내년 경주 APEC에서 習에 의사봉 인계할 듯
한중, 경제협력 중심 관계 개선…中, 개방성 강조


31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의 한 호텔에서 한중 정상회담 전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2024.11.16 [연합]


[헤럴드경제(리마(페루))=최은지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년 만에 대면회담에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앞으로도 심화 발전시켜 나가자”고 뜻을 모으면서 양국 관계에 훈풍이 감지된다.

양 정상이 상호 방문을 요청한 가운데, 이번 2024 페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중국이 2026년 APEC 의장국으로 결정되면서, 내년에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 주석이 방한하는 것이 사실상 확정됐다.

APEC 정상회의 참석차 페루를 방문한 윤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시 주석과 약 20분간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2022년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계기 대면회담 이후 약 2년 만이다.

▶시진핑, 내년 경주 APEC에 ‘차기 의장국’ 자격으로 방한할 듯=이번 페루 APEC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마추픽추 정상선언문’에는 중국이 2026년 APEC 의장국을 수임하기로 결정됐다는 점이 명시됐다. 윤 대통령은 한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2026 APEC 정상회의 의장국 수임을 지지했다.

이에 따라 시 주석은 내년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 ‘차기 의장국’ 정상 자격으로 참석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페루 APEC 정상회의 이틀째인 16일 현 의장국인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으로부터 의사봉을 인계받아 2025 APEC 의장직을 넘겨받았다. 내년에는 윤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의사봉을 인계해 2026 APEC 의장직을 수임하게 되는 것이다. 시 주석이 방한하는 것은 2014년 이후 11년 만이다.

▶경제협력 중심으로 관계 개선 시동 “양국 관계의 근간”=미중 패권전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 취임 후 한미일 3각 협력이 공식화되고, 중국은 이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싱하이밍(邢海明) 주한중국대사의 이른바 ‘배팅’ 발언으로 외교 문제로 비화됐는 등 악화일로를 걸었던 한중 관계는 조태열 외교부 장관의 방중에 이어 서울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 계기 리창 총리 방한으로 고위급 교류가 물꼬를 텄다. 이후 양국 간 지방정부, 민간 교류가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관계 개선의 흐름에는 경제협력의 필요성이 자리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 이후 미국 주도의 대중 견제 정책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중국은 전 세계 국가들을 향해 높은 수준의 개방을 확대하고 있다며 손짓하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 30여년간 양국 관계의 중심축이 되어 온 경제 분야 협력을 더욱 강화해 양국의 민생을 함께 증진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중국은 대외 개방을 확고하게 확대할 것”이라며 “더 많은 한국 기업이 중국에 투자하고 사업을 시작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양 정상은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서비스 투자 협상을 가속화 해 조기에 결실을 맺기로 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리마 프레스센터에서 “내년이 한중 FTA 발효 10주년을 맞이하는 만큼 남겨진 과제를 함께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기로 뜻을 모았다”며 “높은 수준의 대외 개방을 통해 한중 양국이 함께 발전을 도모하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중국에서 우리 기업이 활동을 하는 데에는 규제문제 등 장애물은 여전히 남아있다. 윤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중국에 진출한 우리 한국 기업들이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인 환경 속에서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잘 살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현지 공장들이 중국 국내 규제, 기업에 대한 변화하는 정책들에 되도록 최소한의 영향을 받으면서 예측 가능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뜻”이라며 “회담에서 한중 관계에서 의도적으로 불편을 끼칠 만한 행동이나 생각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많이 드러냈고, 앞으로 한중 경제협력에 있어서 윈윈이 되도록 협력 방향을 찾자는 분위기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한중 관계 첫발 뗐지만…여전한 입장차=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에 대해 한미일 등 주요 우방국은 중국에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한반도 역내 불안정을 야기하는 행동으로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을 당부했다.

시 주석은 이에 대해 “역내 정세의 완화를 희망하며 한반도의 긴장을 원하지 않는다”며 “오로지 당사자들이 정치적 해결을 모색하기 위해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그동안 밝혀 온 한반도 문제에 대한 원론적인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공식회담에서 어떤 행동을 하겠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으나, 앞으로 중국과의 소통을 통해 협력할 수 있는 대목이 무엇인지 계속 살펴나가겠다”고 말했다.

중국은 이달부터 내년 말까지 한국인 관광객에 대해 한시적인 비자 면제 정책을 깜짝 시행했다. 중국 외교부는 윤 대통령이 “중국 측이 한국인에 비자 면제 혜택을 준 것을 환영하고 중국 측과 긴밀한 인문 교류를 통해 양국 국민 간의 우호를 증진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더 많은 한국인이 중국을 방문하는 것을 환영한다”면서 “한국이 중국 국민의 한국 방문을 위한 더 많은 편의 조치를 취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상호 비자 면제 조치를 요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부정적인 기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중국의 단기 무비자 조치는 중국의 깜짝 일방적인 선물이었고, 한국으로서는 똑같은 조치를 상응해서 하기에는 한중 여행객의 숫자로 보나, 방문의 목적으로 보나 저어되는 부분이 있긴 하다”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민간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한 다른 방법을 고안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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