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기업 90%이상 정년제 운영 “조기퇴직 드물다”
반면 韓 정년제 기업 22% 불과 “정년까지 고용유지 적어”
두 나라 격차 원인은? “일본은 ‘출향제도’로 유연한 인력이동”
‘2024 부산 잡(JOB) 페스티벌’이 열린 24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중장년 구직자들이 노인일자리사업 참여상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우리나라의 초고령 사회 진입을 앞두고 계속고용 논의가 진행되면서 일본의 ‘65세 고용확보조치’ 등이 새롭게 도입할 제도의 한 방안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를 도입하기 위해선 현행 공정거래법으로 규제하고 있는 ‘출향제도’부터 풀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일본과 달리 정년을 채우고 퇴직하는 근로자 비율이 낮기 때문이다. 정년 전 조기퇴직하는 사례를 줄이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25일 대통령 소속 사회적 대화 기구 경사노위 산하 계속고용위원회에 따르면 위원회 공익위원들은 이달 말까지 계속고용 형태와 임금체계 개편 관련 내용을 담은 자체안을 만들어 제시할 계획이다. 공익 안에는 ‘65세 고용확보조치’ 등이 담긴 일본식 방식이 중재안으로 담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노동계는 법정정년을 65세로 연장하고, 60세 이후에도 동일한 임금체계와 인상률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경영계는 60세 초과 근로자를 재고용한 후 새로 임금을 책정하고,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시 노조 과반수 동의를 받도록 한 현행 근로기준법 완화를 주장한다. 이에 경사노위 대화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노총은 2안으로 노사 합의시 개별사업장에서 임금체계도 새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물러섰지만,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완화의 경우 노동계와 야당 동의를 얻기 어려운 만큼 공익위원들은 일본처럼 법정 정년은 60세로 묶어 두고 기업이 재고용, 정년 연장, 정년 폐지를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해 65세까지 고용토록 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이 방식으로 65세까지 고용하는 기업(31인 이상 사업장 기준)을 99.9%로 끌어올렸다. 다만 전문가들은 일본식 제도를 선제적 준비 없이 도입할 경우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우리나라의 법정정년은 60세로 일본과 동일하지만, ‘사오정 오륙도(45세는 정년, 56세는 도둑놈)’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정년퇴직률은 낮다. 일본은 현재 전체 기업의 90%이상이 정년제를 운영 중이다. 300인이상 대규모 기업의 정년제 운영률은 99%이상인 반면 한국은 전체 기업의 22% 정도만 정년제를 운영한다. 300인이상도 94.3% 수준에 그친다.
결국 재고용이나 정년연장에 앞서 정년을 채울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하는 셈이다. 이승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은 정년까지 고용을 유지하는 근로자 비중이 제한적”이라며 “이런 여건에 맞춰 (계속고용 제도를) 수정·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발전재단] |
가장 먼저 고쳐야 하는 것은 국내에선 위법이 될 가능성이 높은 ‘출향제도’다. 일본에선 통상적으로 활용하는 인사노무 시스템 중 하나인 ‘출향’은 근로자가 출향을 보내는 기업과 고용관계를 유지한 채로 출향을 받은 기업과 고용관계를 맺어 출향을 받은 기업에 노동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재직 중이던 기업과 고용관계를 종료하고 다시 고용관계를 맺는 ‘전적’과는 차이가 있다. 일본에선 이미 1960년대부터 대기업을 중심으로 제도화됐다.
그러나 한국에선 위법의 소지가 크다. 만약 국내 기업이 일본 기업들처럼 원청(파견기업)이 자회사나 외부기업 등에 인력을 파견하고 인건비를 지원할 경우 공정거래법 제45조 불공정거래행위 중 부당지원 혹은 부당내부거래에 해당할 여지가 발생한다는 게 고용노동부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설명이다.
오학수 일본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JILPT) 특임연구위원은 “일본 히타치(HITACHI)에 입사해 히타치에서 퇴직하는 이는 전체의 15% 남짓”이라며 “하지만 약 1300여곳에 달하는 자회사, 관계회사 등 그룹 전체에서 정년퇴직을 맞이하는 비율은 55% 수준으로 그룹 전체로 볼 땐 70%의 인력이 ‘종신고용’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오 위원은 “우리나라가 일본의 제도를 참고할 때 그 내용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며 “잘 모르고 도입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