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살인’ 비극…법원 “아들에 헌신했지만, 범행 정당화할 수 없어”
[연합] |
[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39년간 보살펴온 장애 아들을 살해한 60대 아버지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대구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어재원)는 29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60대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24일 대구 남구 이천동 자택에서 1급 뇌병변 장애가 있는 아들 B(39)씨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정신지체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아들 B씨가 2014년 뇌출혈로 1급 뇌병변 상태가 되자 일을 그만두고 항상 피해자의 옆에서 정성껏 보살폈다. A씨는 시설, 보호소 등에 보내는 것을 반대하며 집에서 아들을 돌보는 등 보호와 양육에 헌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중 A씨는 교통사고로 발가락을 절단하게 됐다. 후유증 등으로 돌보는 일이 힘들게 됐으며 우울증 또한 앓게 됐다. 이 상태에서 피해자로부터 수차례 같이 죽자는 말을 듣게 되자 자신도 이 세상을 저버릴 의도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재판부는 “자신의 아들을 살해했다는 죄책감을 평생 안고 자신만의 형벌을 짊어진 상태로 살아가야 한다”며 “형법에서 정한 어떠한 형벌보다 가혹한 것일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어 “부모로서 자신 또는 자녀의 처지를 비관해 삶을 앗아가는 것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는 점, 범행 방법이 상당히 잔인한 점, 인간 생명의 존귀한 가치 역시 형을 정함에 있어 깊이 고민하고 참작할 필요가 있는 점 등을 종합했다”며 양형의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