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코앞인데…정상외교 동력 상실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사회대개혁! 범국민촛불대행진’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폐기됐지만, 국정동력은 사실상 회복이 어려운 상태에 접어들었다. 특히 내년 1월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우리 정부가 추진해온 각종 정상외교는 ‘올스톱’ 위기다. 한미 정상회담은 물론 한일 수교 60주년 관련 사업들도 속도가 붙기 어렵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해 내년 1월 20일 취임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로서는 한미 정상회담 개최를 통해 우리 정부의 입장이 미국 정책에 최대한 반영되도록 하는 점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 대통령실도 이런 점을 고려해 한미 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동안에는 미국에 새 행정부가 출범하면 수개월 안에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출범한 2001년에는 3월(김대중 전 대통령),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한 2009년에는 4월(이명박 전 대통령), 2021년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했을 땐 5월(문재인 전 대통령)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 과정에서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에 대해 재협상 요구를 시사해왔던 점에서 조속한 한미 정상회담이 필요한 상태였다.

북한과 러시아의 밀월 관계가 더욱 가속화된다는 점도 부담 요인 중 하나였다. 최근 조선중앙통신은 북한과 러시아가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 비준서를 전날 모스크바에서 교환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번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 4조를 보면 북·러 중 어느 한 나라가 전쟁상태에 처하면 다른 한쪽이 자체 없이 군사 지원을 제공하는 내용이 명시됐다.

이처럼 대외 현안이 시급하지만, 국내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사실상 올스톱 상태다. 여당은 ‘질서 있는 퇴진’을 내세웠고 야당의 탄핵 공세는 더욱 거세졌다. 윤 대통령은 전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사실상 2선 후퇴를 시사했다.

미국은 이번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이번 일본 방문을 결정하면서 한국 방문도 같이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를 취소했다.

브래드 셔먼 미국 연방 하원의원은 지난 6일(현지시간) 본회의 회의장에서 계엄선포를 비판하며 “나는 한국 국민과 국회의원들을 칭찬하고 싶다”며 “그들은 터무니없는 계엄령 선포에 직면했을 때 전 세계에 영감을 줬다”고 말했다.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부장관도 미국 정부가 한국에서 계엄령이 선포되는 상황을 “매우 심각한 우려와 깊은 불확실성을 갖고 지켜봤다”고 말했다.

내년 수교 60주년을 앞두고 추진해온 한일협력, 대(對)중 관계개선도 추가 동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또한 방한 일정을 취소하고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를 순방하는 일정을 조율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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