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 논란’ 넘어선 팀플레이 서사, 더 아쉬웠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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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대회 매스스타트에서 동메달과 은메달을 차지한 이승훈(왼쪽)과 정재원의 모습. [게티이미지] |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올림픽 3회 연속 메달 획득에 도전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간판 정재원은 누구보다 먼저 ‘한국 빙속의 전설’ 이승훈의 빈자리를 떠올렸다. 함께 시상대에 올랐던 선배가 이번엔 링크 위에 없었기 때문이다.
정재원은 22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스피드 스케이팅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남자 매스스타트 결승에서 5위에 그친 뒤 공동 취재 구역에서 “이번 대회엔 승훈이 형이 없어서 그렇게 준비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동안 형과 많은 생각을 나누고 노하우를 배우며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었다”며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고 많은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정재원과 이승훈은 한국 장거리 빙속의 세대를 잇는 상징적인 조합이었다. 정재원은 동북고 2학년이던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이승훈·김민석(현 헝가리 대표)과 함께 남자 팀 추월 은메달을 따냈고, 매스스타트에서는 조력자로 나서 이승훈의 금메달 획득을 도왔다. 2022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정재원이 은메달, 이승훈이 동메달을 차지하며 나란히 시상대에 올랐다.
하지만 이승훈은 지난해 국가대표 선발전 탈락 이후 은퇴했고 이번 대회에서 두 사람은 더 이상 같은 레이스를 펼칠 수 없었다. 대신 이승훈은 중계석에서 해설위원으로 정재원을 응원했다. 경기 내내 “지금 타이밍이 중요하다”며 독려했지만 결과는 5위였다.
결승에서는 레이스 중반 요릿 베르흐스마(네덜란드)와 빅토르 할 토루프(덴마크)가 속도를 끌어올리며 치고 나갔고, 정재원을 포함한 추격 그룹은 간격을 좁히지 못했다. 결국 두 선수가 금메달과 은메달을 가져갔고 나머지 선수들이 동메달 경쟁을 펼치는 구도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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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스피드스케이팅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 결승에 출전한 정재원이 5위를 기록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 |
정재원은 “월드컵에서도 보던 전략이라 따라붙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무리하기보다 상황에 맞게 대응하려 했는데 결과적으로 아쉬웠다”고 돌아봤다.
이날 레이스는 두 선수의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도 상징적이었다. 2018 평창 올림픽 매스스타트에서 이승훈이 초대 챔피언에 오르는 과정에서 정재원이 초반부터 선두를 지키며 공기 저항을 모두 떠안은 ‘어택커’ 임무를 수행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일부에서는 ‘희생’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정재원은 “희생이 아니라 팀플레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승훈 역시 경기 후 정재원의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공을 돌렸다.
이번 대회에서는 정반대였다. 링크 위에는 후배 혼자 남았고, 선배는 중계석에서 지켜봤다. 서로를 북돋웠던 두 사람이 같은 목표를 향해 함께 달릴 수 없었다는 점이 더욱 아쉬움을 키웠다.
정재원은 이날 대표팀 후배 조승민이 준결승에서 탈락하면서 결승을 홀로 치렀다. 그는 “나도 경험을 더 쌓아서 승훈이 형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001년생인 정재원에게 올림픽 무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는 “이번 대회를 누구보다 열심히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나만의 착각이었던 것 같다”며 “다음 올림픽까지 더 치열하게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