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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정도 중앙그룹 부회장이 지난달 15일 서울 마포구 중앙일보빌딩에서 열린 JTBC 등 중앙그룹 일부 계열사의 유동성 위기로 인한 회생 절차 개시 관련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이며 사과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콘텐츠 업계의 위기감이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경영실적 악화로 불안한 행보를 이어가다 결국 JTBC에서 먼저 터진 것. 채무불이행으로 표면화된 JTBC의 유동성 문제는 결국 그룹 전체로 번지며 회생 신청이라는 벼랑 끝에 다다랐다.
당장 프로그램 제작부터 제동이 걸렸다. ‘사기꾼들’, ‘이혼숙려캠프’ 등 일부 예능의 휴방 소식이 잇따르고, 하반기 공개를 앞두고 있던 드라마 ‘연애의 재발견’은 촬영이 중단됐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재승인 심사 대상인 JTBC에 대한 재승인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채널의 존폐까지 시험대에 올랐다.
그간 JTBC가 드라마·예능 제작비를 공격적으로 늘려온 터라, 업계가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위기감은 더 크다. 한 방송사의 존폐 문제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미니시리즈급 드라마를 흡수해 온 JTBC의 편성 수요가 사라지면, 가뜩이나 포화 상태에 다다른 편성 경쟁이 더 악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 중견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제작비 부담으로 안 그래도 좋지 않던 시장 여건이 슬롯 감소로 더 나빠질 것”이라며 “채널 산하 스튜디오나 대형 제작사만 살아남고 중소 사업자는 도태되는 적자생존이 불가피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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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TBC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JTBC] |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자연스레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1위인 넷플릭스로의 쏠림 현상이 심화할 것이란 우려 섞인 관측이 나온다. 사실상 국내 제작 업계의 편성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유일한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지난해에만 서른 편이 넘는 한국 오리지널 작품을 선보였고, 이 중 드라마만 15편에 달한다. 여기에 SBS와의 파트너십을 포함한 라이선스 라인업까지 강화하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넷플릭스라는 ‘큰손’ 없이는 생존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오는 배경이다.
한 예능 제작사 관계자는 “넷플릭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시장이 콘텐츠가 아닌 플랫폼 중심 구조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고 짚었다. 어떤 작품에 투자하고 어디서 어떻게 공개할지가 모두 플랫폼의 결정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그는 “IP(지식재산권) 지속 가능성을 이야기하려면 일단 작품으로 돈을 벌어야 한다. 예능은 이미 지상파·케이블의 영역을 벗어난 지 오래고 이런 흐름은 더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넷플릭스 의존도 심화가 산업 전체에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 경고한다. 넷플릭스 역시 줄어든 편성 수요를 다 흡수하기엔 한계가 있고, 특정 플랫폼이 시장을 지배하는 구조 자체가 생태계에 긍정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K-컬처’에 대한 글로벌 관심이 높아진 지금, 제작 역량과 함께 세계 시장에서 K-콘텐츠 확산을 이끌어줄 ‘K-OTT’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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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진행된 ‘넥스트 온 넷플릭스 2026 코리아’ 행사에서 패널 토크가 진행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
K-컬처가 완전히 주류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제언이다.
이원희 호서대 교수는 지난달 한국미디어경영학회 세미나에서 “K-OTT가 K-콘텐츠 글로벌 확장의 핵심 인프라”라며 “K-컬처 시장 규모 400조원과 콘텐츠 수출 150조원이라는 정책 목표를 이루려면 수출 효율이 높은 K-OTT를 핵심 투자 축으로 삼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밝혔다.
김지현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산업정책연구센터 박사도 “K-콘텐츠가 이미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국가전략산업으로 성장했지만, 글로벌 OTT 중심의 유통구조 변화에 대응하려면 콘텐츠 경쟁력과 함께 유통·플랫폼 경쟁력을 함께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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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빙·웨이브 로고 |
이런 K-OTT의 최전선에 있는 사업자는 티빙이다.
티빙은 국내용 플랫폼을 넘어 지난해 말 전 세계 18개 지역으로 진출, 북미·유럽·동남아 등 주요 권역에서 K-콘텐츠 유통망을 넓히며 글로벌 플랫폼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글로벌 진출과 함께 선보인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친애하는 X’는 글로벌 플랫폼 라쿠텐 비키에서 108개국 1위를 기록했고, HBO Max 기준 아시아태평양 17개 국가·지역에서 아시아 작품 중 최상위 성과를 냈다.
이처럼 티빙이 글로벌 시장에서 가능성을 증명하는 사이, K-OTT 생태계 구축의 마지막 카드로 꼽히는 ‘티빙-웨이브’ 합병은 정작 3년째 표류 중이다. 지난 2023년 말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넷플릭스의 ‘대항마’ 탄생을 기대하게 했으나, 티빙의 2대 주주인 KT가 소극적으로 나오면서 논의는 제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티빙이 합병 이후 커진 외형을 발판 삼아 제작사·창작자와 함께하는 K-콘텐츠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국내 콘텐츠 산업의 자생력 제고와 외연 확장을 주도할 것이란 기대가 높다. 업계에 따르면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마무리되면 새 플랫폼의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1000만명 안팎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넷플릭스의 MAU는 1500만명대를 기록 중이다.
한 플랫폼업계 관계자는 “JTBC 사태는 역설적으로 국내 OTT 생태계를 실질적으로 키워야 한다는 공감대를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서 “K-OTT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속도가 나지 않으면 ‘K-콘텐츠 골든타임’은 그사이 소리 없이 지나갈 수 있다. 토종 OTT가 규모의 경제를 갖출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