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연말’ 잊은 문화계…날선 시국선언·성명서 이어진다

천주교 인권위·조계종 중앙종회 등 성명
NCCK, 13일 시국 논의 임시위원회 개최

지난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사회대개혁! 범국민촛불대행진’에서 참석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크리스마스를 비롯한 종교계의 축제기간이자 문화예술 공연계의 가장 큰 대목인 12월이 대통령의 비상계엄 후폭풍으로 시국선언과 성명서가 잇따르는 등 혼란스러운 정국으로 흐르는 양상이다.

천주교인권위원회는 10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국가인권위원회 바로잡기 공동행동·차별금지법제정연대 등 인권단체들과 함께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지난 3일 오후 10시29분 비상계엄선포가 있은 후부터 155분간 대한민국에 살아가는 시민들은 기본권을 박탈당했다”고 성명서를 낭독했다.

인권위는 이날 “윤석열은 그 누구도 납득하지 못할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한국사회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파탄에 몰아넣었다”며 “역사적으로 계엄은 언제나 민간인 학살을 용인하는 국가 권력의 무도한 실행을 의미했다”고 말했다. 이어 “‘불순분자’ 혹은 ‘반국가 세력’을 빌미로 전 민중에게 절대복종을 강요하고, 자유와 권리의 자리를 침묵과 공포로 대체하고, 다수의 생명권 박탈을 정당화해 온 것이 우리 사회가 겪어온 계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퇴진 요구를 외면한 채 권력을 일임하겠다는 윤석열의 이야기는 터무니없으며, 유일한 길은 즉각 퇴진”이라며 “‘탄핵보다 질서 있는 퇴진’을 계속 자임하는 한 국민의힘에게 남은 것 또한 윤석열과 마찬가지의 운명”이라고 언급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도 전날 ‘윤석열 대통령은 즉각 하야해야 한다’ 제목의 성명서를 내며 목소리를 높였다.

조계종 중앙종회는 “1백여 년의 역사를 통해 지키고 쌓아온 이 나라의 민주주의는 윤석열 대통령의 반헌법적인 비상계엄 선언으로 인해 한순간에 백척간두의 위기에 서게 됐다”며 “대다수 국민들이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고 있으며, 실질적으로 대통령의 직무수행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랜 시간이 걸리고, 국론이 분열되고, 국력이 낭비되는 법률적 정당성의 길보다 더욱 현명한 길을 찾아야 한다”며 “혼탁한 정치적 투쟁과 난마와 같은 법과 제도의 뒤에 숨어서 국민의 분노를 키우고 국가의 어려움을 더 키우지 않기를 바란다. 윤석열은 국가와 국민을 위한 마지막 결단으로 즉각 하야하라”고 촉구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도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이 무산된 이후 “유일한 헌정질서 회복의 길인 국회 탄핵소추 의결이 무산된 것에 대해 절망하고 분노한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NCCK는 “작금의 ‘질서 있는 퇴진’이라는 정치적 해법은 미사여구에 지나지 않으며, 헌법에 입각하지 않은 어떠한 정치적 해법도 불법이며 또 다른 국정농단”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의 분노를 잠재울 수 있는 길은 여전히 헌정절차에 의한 즉각 탄핵뿐”이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NCCK는 오는 13일 현 시국과 관련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임시 실행위원회를 개최하며, 이를 위해 긴급 총무단 회의와 임원회의 등 여러 단위의 논의를 진행하는 중이다.

한편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국이 이어지면서 정부 기관들도 예정된 연말 행사를 취소하는 등 복지부동하는 모습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소속 국립중앙도서관은 오는 18일 김희섭 관장 취임(6월) 및 2025년 신년 계획을 설명하는 기자 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비상계엄 사태 이후 “내부 사정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취소하게 됐다”며 무기한 연기했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 모든 외부 일정을 취소했다가 사흘 뒤 복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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